저당잡힌 젊음… 대학생 10명 중 2명 빚 안고 산다

입력 2012-06-14 21:54


금융위, 재정부 등과 합동 실태조사

지난해 3월 제대한 뒤 복학한 최모(22)씨는 저축은행 광고만 보면 울화가 치민다. 최씨는 1년 만기 일시상환 조건으로 A저축은행에서 100만원을 빌렸다. 영업담당자는 언제든 조기 상환할 수 있고, 만기 때까지 매월 2.12%(2만1200원)의 이자만 내면 된다고 했다. 군필자에게만 해당하는 좋은 조건이라고 꼬드겼다. 재학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만 내면 되는 간편한 절차에 최씨는 큰 고민 없이 대출을 받았다. 그리고 악몽이 시작됐다.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며 애를 썼지만 결국 1년 만기를 채우는 동안 연리 25.4%에 이르는 이자를 고스란히 물었다. 최씨는 “제1금융권과 달리 부모님 동의가 필요 없고, 절차가 간편해 대출을 받았는데 내가 멍청했다”고 했다.

대학생 가운데 18.3%가 빚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대부업체나 사채 등 고금리 대출을 쓰는 대학생은 4%에 육박했다.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4월 16일부터 지난달 10일까지 대학생 5037명을 상대로 ‘대학생 고금리 대출 이용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정부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고금리 대출 실태를 조사하기는 처음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18.3%가 대출을 이용하고 있고, 고금리 대출 이용자는 전체 설문대상자 가운데 3.7%나 됐다. 대출 이용자 중 고금리 대출 이용자 비중은 20.4%에 이른다. 고금리 대출은 저축은행·대부업체·카드사 대출 및 사채이고, 저금리 대출은 은행·보험·증권사나 장학재단에서 대출 받은 경우다. 금융위는 “이번 조사결과를 지난해 전국 대학생 298만명(대학원생 제외, 휴학생 포함)으로 확대 적용하면 고금리 대출 이용 대학생이 11만명이고, 이 가운데 대부업체·사채 이용 대학생은 3만9000명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대출금리는 사채가 연평균 31.8%로 가장 높았고 대부업·캐피탈 28.9%, 저축은행 23.0%, 카드사 20.2% 등 순이었다. 저금리 대출기관의 금리(연 3∼5%)와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대출 목적은 사고 등 급전이 필요한 경우가 42.5%, 등록금 27.4%, 생활비가 22.6% 등이었다. 등록금 용도로 고금리 대출을 받은 대학생 가운데 82.4%는 장학재단 대출을 받지 못했다.

또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대학생은 가족의 소득이 낮고, 스스로 등록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였다. 가족소득이 월 199만원 이하 가정에서 고금리 대출 이용 대학생의 비중은 10.7%나 됐다. 가족소득 월 300만∼399만원 가정의 고금리 대출 이용 대학생 비중(3.8%)보다 배 이상 높았다.

신진창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이미 고금리 채무를 갖고 있는 대학생에게 미소금융 학자금 전환대출로 연 6.5% 수준의 저리자금을 지원하고, 새로 등록금·생활비가 필요한 경우 장학재단 대출이나 미소금융 긴급 생활자금 대출 등으로 해소하겠다”며 “학자금 대출 제도를 개선해 금리 부담을 낮추고 지원 대상을 계속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찬희 이경원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