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에 처형당한 체코 작가의 옥중서신… ‘교수대의 비망록’

입력 2012-06-14 18:17


교수대의 비망록/율리우스 푸치크(여름언덕·1만2000원)

파블로 네루다는 이런 시를 남겼다. “프라하의 거리는 겨울이었다/ 나는 매일 율리우스 푸치크가 고문을 당했던/ 석조건물의 벽을 따라 걸었다/ 건물은 어떤 말도 걸어오지 않았다/ (중략)/ 그럴 때면 어느 날은 그의 이마가 벽돌 사이에서 나왔다”(‘율리우스 푸치크와의 대화’ 부분)

체코의 언론인이자 작가, 문학비평가였던 율리우스 푸치크는 1939년 나치의 점령을 피해 체코 공산당 기관지 ‘루데 프라보’를 발행하던 중 1942년 4월 게슈타포에 체포된다. 그는 악명 높은 판크라츠 감옥에서 고문을 받으면서도 얇은 담배종이에 글을 써서 한 간수를 통해 아내 아우구스티나에게 전달했다. 그는 이듬해 9월 처형됐지만 그가 남긴 옥중서신은 1947년 ‘교수대의 비망록’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된다. 네루다도 이 책을 읽고 훗날 프라하의 판크라츠 감옥을 찾아 시를 썼던 것이다.

푸치크가 사형 당하기 전에 쓴 서문은 압권이다. “나는 여기서 나의 생애에 대한 영화를 백 번도 더 보았다. 자세한 순간들은 천 번도 더 보았다. 지금 그것을 새삼스레 글로 옮기려 한다. 만약 글이 다 끝나기 전에 교수대의 밧줄이 내 목을 죈다 해도 뒤에 수백만, 수천만의 사람들이 그 ‘해피엔드’를 묘사해주리라 믿는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