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다리 놓아주는 삼성의 열린 채용

입력 2012-06-14 18:23

삼성이 그제 발표한 ‘함께하는 열린 채용’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방식에 일대 혁신을 꾀하는 것이어서 취업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사원채용은 극히 시장적인 영역이어서 개별 기업의 자율적인 선택을 존중한다. 그러나 삼성은 이번에 또다시 진일보했다. 양극화에 따른 불평등의 문제를 심각하게 여긴 점이나, 사회발전을 위해 희망의 사다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그렇다.

‘함께하는 열린 채용’이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1995년부터 이어온 ‘열린 채용’에다 적극적 기회균등의 개념을 더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내용은 혁신적이다. 신입사원의 5%를 대학 총장이나 학장 추천을 받은 저소득층 출신으로 뽑는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처음 실시한 고졸 공채에서 15% 정도를 취약계층에 할당한 것도 마찬가지다. 가난으로 인해 교육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한 소외계층을 배려하자는 취지다.

삼성의 이런 선택은 자신감의 발로 아닌가 싶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나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 모두 군소대학 출신이지만 뛰어난 업무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데서 보듯 사내에 축적된 성공사례가 증명하는 것이다. 그동안 삼성이 학력·성별의 차이를 두지 않고 신입사원을 채용한 결과 지방대생의 비율이 25∼27%였다고 한다. 이것을 인위적으로 35%까지 늘리기로 한 것은 “지방이 죽어서는 대한민국이 살지 못한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앞으로도 더욱 발전된 채용문화로 공동체 발전을 이끌어 가기 바란다. 다만 유념할 것은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과정에서 공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회균등 케이스로 입사한 사원들에 대한 치밀한 관리도 필요하다. 또 하나 당부할 것은 기회균등의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선발해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을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