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시 보직 종신제, 부패방지책 선행돼야
입력 2012-06-14 18:24
서울시가 보직 종신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행정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정년 때까지 동일 보직을 유지하는 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일단 오는 8월에 있을 서울시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보직 이동을 가능한 한 최소화할 것을 지시했고, 상·하반기 정기인사 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지난 4월 ‘도시계획 및 재개발청’ 설립을 추진하면서 보직 종신제를 도입하기 위해 실무자를 미국 보스턴과 뉴욕에 보내 사례를 수집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전문성 부족 문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됐다. 중앙정부 공무원이긴 하지만 일본의 경우 원자력 정책이나 외교 특정 분야 등을 오래 맡은 베테랑 공직자들이 많아 정책 수립과 집행은 물론 대외 교섭 등에서 눈에 띄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보직 종신제를 통해 해당 분야에 정통한 공무원들은 전문화된 시각과 논리, 풍부한 경험으로 행정의 일관성을 높이고 민원 발생시나 민감한 이해관계 조정 등에서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잦은 보직 이동으로 전문성이 떨어지고 이는 결국 시정 차질과 시민 불편을 초래한다는 박 시장의 착안은 타당하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점은 부패 문제다. 한 공무원이 한 분야 업무를 오래 맡다 보면 전문성이 높아지겠지만, 동시에 이권을 바라는 외부와의 유착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2∼3년에 한 번씩 직원들의 보직을 바꿔주고, 특히 과거 부조리가 잦았던 부서 직원은 1∼2년 만에 인사이동을 실시하는 게 서울시의 관행이었다. 2009년에는 공금 횡령이나 100만원 이상 금품·향응을 받은 비위가 한 차례만 적발되더라도 영구 퇴출시키는 강력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도입돼 60명 이상이 옷을 벗었다.
이런 현실들을 고려치 않고 전문성만 강조하다 보면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 그러잖아도 ‘복마전’이라 불리는 게 서울시다. 보직 종신제는 부작용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방지책을 마련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