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박주양] 획기적 수돗물 대책 내놔야

입력 2012-06-14 18:23


며칠 전 우리나라 수도 관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대형 수도관 개량공사가 완공되었다. 수도권광역상수도 1단계 도수시설 53.9㎞의 수도관 내부를 도로를 파헤치지 않고 개량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30년이 경과된 노후관을 개량한 이 공사로 수도사고의 위험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이를 계기로 노후 수도시설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했으면 한다. 21세기인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크고 작은 단수사고로 불편을 겪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2010년 단수사고는 무려 2만7000여건으로 이중 사전에 공지하지 않은 단수가 52%에 달한다. 이는 노후된 수도시설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 수도관 총연장 16만6000㎞ 중 20년을 초과한 관이 전체의 21.6%에 달한다. 더욱이 대동맥에 해당하는 광역상수도조차 20년 초과된 노후관이 22%나 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낡은 수도관을 제때 교체하지 못해 단수사고뿐 아니라 엄청난 양의 수돗물이 낭비되고 있다. 2010년에만 수돗물 누수량이 전체 공급량의 10%가 넘는 6억3831만㎥에 달한다. 물값으로 환산하면 대략 3800억원이 넘는다.

이처럼 수도사고가 급증하고 물자원이 계속 낭비되는 이유는 근본적인 처방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수자원공사는 재원 부족을 이유로 땜질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다가올 큰 재앙을 키우는 셈이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투자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적절한 방법은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적절한 요금을 책정해 투자비용을 충당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수도요금 수준은 투입되는 원가의 80%에 불과하다. 즉 100원을 투입해서 20원을 손해보는 구조다. 제대로 된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광역상수도 기준으로 수도요금을 원가의 100% 수준으로 현실화했을 때, 국민에게 돌아올 부담은 가계당 월 650원 정도에 불과하다. 수도요금이 너무 싸다보니 귀중한 수자원이 무의미하게 낭비되는 사례도 많다. 그런 만큼 요금을 원가 수준 이상으로 획기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 유류요금이 올라갈 때 유류소비가 줄어드는 것을 보면 그 효과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시민들에게 수돗물 서비스 향상 노력을 보여주고, 투자재원 마련을 위한 요금 현실화 등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할 때가 됐다. 또 국가 차원에서도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최근 주요 선진국은 수도시설 등 물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은 1884억 달러(214조원), 중국은 1820억 달러(207조원), 영국은 1126억 달러(128조원)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경제수준에 걸맞은 수돗물 선진화 대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박주양 한양대 교수 건설환경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