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대사 내정자와 부적절한 관계, WSJ 한국계 여기자 사임
입력 2012-06-13 23:32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차기 이라크 대사로 내정된 고위 공직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던 월스트리트저널(WSJ) 여기자가 12일(현지시간) 이번 일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 둘 사이에 오갔던 뜨거운 이메일 내용이 탄로가 난 지 일주일 만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보도했다. 당사자는 이 신문에서 이라크를 담당했던 한국계 미국인 지나 천이다. 그녀는 바그다드 주재 기자로 있던 2008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위원회 소속으로 현지에 파견 나왔던 공직자 브렛 맥거크와 연인 사이로 지냈다. 당시에는 유부남, 유부녀였던 두 사람은 이후 각각 이혼해 현재는 부부 사이가 됐다. 그녀는 신문에 나가기 전 자신이 쓴 기사를 맥거크와 공유했다고 인정했다. 맥거크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라크 주재 대사로 지명이 되어 있는 상태다.
천 기자는 이 신문에서 취재원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사임한 최고위직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언론인교육기관인 플로리다 소재 포인터인스티튜드의 언론인윤리전문가 켈리 맥브라이드는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기 마련이라서 신문에는 나오지 않지만 기자들이 취재원과 이런 관계를 갖는 일은 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사로부터 1년에 5∼10건 정도 이런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에 대한 자문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WSJ는 그녀가 맥거크와의 관계가 드러난 후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이것이 기사에 영향을 미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고 WP는 전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바그다드 연애시절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이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사진공유사이트 플리커 등의 웹사이트에 공개되면서 드러났다. 이메일에 따르면 두 사람은 취재 정보를 주고받으며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싹텄다. 당시 맥거크는 이라크 안보문제에 대한 미국의 협상책임자였다. 이번 사태로 맥거크의 이라크 대사 임명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