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에 소득 숨겨 수십억씩 탈세… 파렴치 의사·변호사

입력 2012-06-13 19:22


국세청 작년 고소득 자영업자 탈루 세금 3632억 추징

전관 변호사 A씨는 수임 사건의 성공보수를 배우자의 언니와 친구 명의 차명계좌로 입금 받아 수입금액 12억원을 신고 누락했다. 이뿐 아니라 A씨는 고용변호사를 공동사업자로 허위 등록하고 소득금액을 분산 신고함으로써 소득금액 2억원을 탈루했다.

성형외과병원장 B씨는 성형관광 브로커를 통해 외국인 환자를 모집하고 수술비는 직원 명의 차명계좌로 입금 받는 방법으로 28억원을 신고 누락했다. 또 B씨는 외국인 환자를 자신이 운영하는 호텔에 숙박하게 하고 벌어들인 현금수입금액 3억원도 탈루했다(그래픽 참조).

상가 임대업자 C씨는 근무사실이 없는 친인척을 임대관리인으로 꾸며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처리하는 등 인건비를 허위 계상하는 방법으로 소득금액 17억원을 탈루했다. C씨는 또 자녀가 운영하는 특수관계 법인 등에 상가를 무상으로 임대해 소득금액 6억원을 탈루했다.

치과병원장 D씨는 할인을 조건으로 고액 수술비의 현금결제를 유도하고 현금 수입은 직원 명의 차명계좌에 입금하여 관리하는 방법 등으로 수입금액 40억원을 탈루했다. D씨는 비보험 진료 전산자료는 삭제하고 관련 진료기록부는 수동으로 작성해 보관했다.

국세청은 13일 A·B·C·D씨 등과 같은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탈세 사례를 소개하고 이들에게 각각 관련 세금 9억원, 16억원, 14억원, 20억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고소득 자영업자 596명에 대한 국세청의 기획세무조사 결과에 따르면 탈루세금이 3632억원, 소득적출률은 37.5%였다.

소득적출률이란 신고소득과 세무조사로 적발된 적출소득 중에서 적출소득이 차지하는 비율로 전체 소득 중 신고하지 않은 소득의 비중이다. 2007∼2011년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적출률은 ‘47.0%→44.6%→37.5%→39.1%→37.5%’로 감소하는 경향이지만 아직도 높은 편이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자격사 중 일부는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채 지능적인 수법으로 여전히 탈세를 하고 탈루한 소득으로 부동산 등 재산을 불리고 있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달 2011년 귀속 종합소득세 신고 종료 및 올해 처음으로 실시되는 성실신고확인대상자의 6월말(7월 2일까지) 신고를 앞두고 고소득 자영업자 70명에 대한 기획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이날 밝혔다.

일부 고소득 자영업자 등의 고질적인 탈세행위를 다잡아 유리지갑의 근로소득자와 성실 신고하는 대부분의 전문직 사업자와의 과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들 70명의 주요 업종은 변호사, 법무사, 세무사, 변리사, 회계사, 성형외과, 치과, 피부과, 임대업자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본인은 물론 관련인 등의 탈세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한 세무조사를 동시에 실시할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탈세한 고소득 자영업자는 반드시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인식을 갖도록 탈루혐의자를 철저히 가려내 조사대상으로 선정하고 엄정한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