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자격 투표권자 색출’ 마찰… “비시민권자 명부서 빼겠다”-“차별 금지 규정한 투표권법 위반”
입력 2012-06-13 19:04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플로리다주가 시민권이 없는 무자격 투표 등록자를 색출하겠다고 나서자 연방정부가 차별 금지를 규정한 투표권법 위반이라며 제지하는 등 마찰을 빚고 있다.
미국 법무부가 1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의 움직임에 대해 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플로리다주도 같은 날 국토안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이미 법정공방으로 번지는 상태다.
공화당 소속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투표 부정을 방지한다며 지난해부터 선거인명부와 차량등록국(DMV)에서 발급한 운전면허증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무자격 투표 등록자 걸러내기’를 해 왔다.
문제는 운전면허증 발급 기록 등이 갱신되지 않거나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는 점. 게다가 주 선거관리위원회가 무자격자로 의심되는 이에게 시민권자임을 입증하라는 통지를 보낸 뒤 30일 이내에 반응이 없을 경우 선거권이 소멸된다. 이사를 갔거나 우편물을 체크하지 않은 경우, 또 영어를 잘 못해 시민권자인데도 자신도 모르게 투표를 못하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셈이다.
마이애미해럴드에 따르면 플로리다 주정부가 무자격 유권자 명단에 올린 2700명 중 단 10명만이 실제 그런 것으로 판정됐다.
특히 무자격 유권자 용의자 58%는 히스패닉(남미계 주민), 14%는 흑인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소수인종을 투표에서 배제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플로리다주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앨 고어 민주당 대선 후보가 초박빙 접전을 벌인 2000년 대선에서도 부정확한 서류 등으로 흑인 등 소수인종 유권자 상당수가 투표를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스콧 주지사의 계획이 당시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