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수사 결과 발표] 대법원장·국정원장·재벌 총수도 사찰… 박영준 등 5명 기소
입력 2012-06-13 21:53
공직윤리지원관실, 민간인 동향 등 전방위로 캐고 다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어청수 경찰청장, 한상률 국세청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대기업 그룹 총수, 엄기영 MBC 사장 등을 전방위로 사찰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찰 대상자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등 광역단체장과 민주통합당 이석현 양승조 의원 등 정치인부터 서경석 선진화시민연대 상임대표 등 시민단체 대표까지 포함됐다.
하지만 검찰은 대부분 적법한 감찰이었거나 단순 동향파악 수준이어서 불법사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2010년 1차 수사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에 개입한 의혹을 받아온 권재진 법무장관은 한 차례 조사도 없이 무혐의 처리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을 재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T개발 관련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추가 기소하는 등 3개월에 걸친 재수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박 전 차관은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함께 1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미 구속된 이영호(48)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최종석(42) 전 청와대 행정관, 이인규(56) 전 지원관, 진경락(45)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도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개입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권 장관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12일 검찰에 보내온 서면진술서에서 “민정수석실이 관여한 것이 없고 불법사찰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검찰의 재수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의 본질인 윗선과 몸통을 밝히라는 국민적 요구를 거역한 권력형 검찰의 전형적인 부실수사”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동향파악 대상자에 포함된 것에 대해 “놀라움과 충격을 금할 수 없으며, 이는 사법부의 독립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