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두달째… 논밭도 농심도 타들어간다

입력 2012-06-13 18:38

13일 오후 2시30분쯤 전남 함평군 학교면 월산리 앞 들녘. 마을의 여성 농민들이 뙤약볕 아래 쪼그리고 앉아 푸석푸석 마른 땅에 콩을 심으면서 주전자로 물을 줬다. 김모(67)씨는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작물을 심어보지만 지난달부터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 제대로 자랄지 모르겠다”며 꺼지게 한숨을 내쉬었다.

함평지역에는 지난달 강우량이 57㎜로 평년 120㎜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고 있다. 저수지 124곳 중 저수율 30% 이하인 곳이 38%에 이르는 상황이다.

경기 화성 송산면 육일리 한 농장의 주인 김모(60)씨는 “가뭄이 계속되면서 논에 모를 옮겨 심을 수 없어 모들이 모두 말라 비틀어졌다”며 “배 양파 감자 등도 발육이 안돼 올해 농사를 다 망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넋두리했다. 1만여㎡에 심어진 배나무의 배들은 굵기가 평년의 4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화성 봉담면 92만4000㎡의 덕우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주변 농지 573㏊ 타들어가고 있다. 파주시, 화성시, 안산시 등 일부 천수답에서는 모내기가 지연되고, 밭작물 재배 농가들 역시 시들음 및 생육 차질 등으로 속을 태우고 있다.

충남 홍성군 금마면 송암리의 논은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진 채 잡초만 무성했다. 생기를 잃고 휘청거리는 고추나무들에 매달린 고추들은 크기가 평년보다 훨씬 작았다. 농민 이모(69)씨는 “이렇게 가물기는 6·25전쟁 이후 처음이다. 논들 사이로 흐르던 개천이 마를 정도다”고 말했다.

극심한 가뭄이 2개월째 이어지면서 경기, 충남, 전남·북 지역 농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 ‘가뭄에 따른 농작물 생육상황과 대응방안’ 브리핑에서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강수량이 평년(153㎜)의 35% 수준인 54㎜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모내기가 늦어지고 밭작물이 시드는 현상이 충남과 전남·북 일부 지역에서 생겼으나 모내기 진도는 95%로 정상 수준이라고 전했다. 물이 부족한 논은 3800만㎡로 목표면적의 0.4%이고, 밭작물이 시드는 면적도 전체의 0.6% 수준이라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가뭄이 극심하지만 농작물 피해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가뭄 영향이 예상되는 농산물 품목을 중심으로 수급 안정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종구 기자, 전국종합 jg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