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에 감싸인 섬의 속살, 바람 불면 드러나는 자태… 인천 소무의도
입력 2012-06-13 18:37
대무의도와 소무의도로 이루어진 무의도(舞衣島)는 춤추는 섬이다. 짙은 해무가 강강술래를 하듯 섬을 둘러싸는가 싶으면 어느새 무희의 옷자락으로 변한 해무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린다. 그때마다 춤추는 선녀로 변신한 소무의도가 눈부신 속살을 살짝살짝 드러낸다.
인천 중구에 위치한 섬 속의 섬 소무의도로 가는 길은 낭만의 연속이다. 공항철도의 서해바다열차를 타고 차창 밖으로 붉은 칠면초 군락이 광활하게 펼쳐지는 영종대교를 건너면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용유도에 도착한다. 서울역에서 용유임시역까지 약 1시간 거리.
용유역에서 잠진도 선착장까지는 걸어서 15분 거리. 용유도 앞바다에 위치한 마시안 갯벌체험장은 물이 빠지면 안개 속에서 조개를 캐는 체험객들로 인산인해를 연출한다. 잠진도 선착장에서 대무의도의 큰무리 선착장까지는 철부선으로 6분 거리. 새우깡에 익숙한 갈매기들이 곡예를 선보일 때쯤 방향을 바꾼 철부선이 큰무리 선착장에 닿는다.
소무의도는 대무의도의 형제섬으로 실미도의 반대편에 위치한다. 선착장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10분쯤 달리면 소무의도 입구인 광명선착장. 불과 1년 전만 해도 소무의도에 가려면 이곳에서 또 배를 타야 했다. 그러나 2011년 4월에 404m 길이의 인도교가 완공돼 이제는 걸어서 바다를 건널 수 있게 됐다.
소무의도의 주인은 바람과 안개이다. 인도교에 매단 오색 리본이 바람과 함께 현란한 춤을 추는 가운데 소무의도가 안개 속에서 눈부신 나신을 살짝살짝 드러낸다. ‘춤추는 섬’이라는 뜻의 무의도는 짙은 안개가 바닷바람을 타고 섬을 휘감아 도는 모양새가 마치 선녀가 옷깃을 휘날리며 춤을 추는 것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총면적 1.22㎢에 둘레가 2.5㎞인 소무의도의 역사는 3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박동기씨가 처음 딸 3명과 함께 이 섬으로 들어와 개척한 후 유씨 청년을 데릴사위로 삼으면서 유씨 집성촌이 됐다. 6·25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의 병참기지로 이용됐던 소무의도는 1970년대까지 서해안에서 겨울에 그물을 칠 수 있는 유일한 어장이 있던 곳이다. 한때 안강망 어선 40척을 보유해 파시 때는 개가 돈을 물고 다닐 정도로 부유했다고 한다.
현재 2개 마을에 30가구가 살고 있는 소무의도에 지난달 섬을 한 바퀴 도는 누리길이 만들어졌다. 인도교길, 마주보는 길 등 8구간으로 이루어진 누리길은 어느 쪽으로 가든 해안절벽과 기암괴석 등 경관이 뛰어나다. 떼무리 선착장이 위치한 서쪽마을에서 시계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솔향 그윽한 떼무리 숲길이 나온다. ‘떼무리’는 본 섬에서 떨어져 나간 섬이라는 뜻.
섬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난 곳은 부처깨미 전망대. 부처깨미는 만선과 안전을 위해 당제를 지내던 곳으로 ‘서해의 알프스’로 불리는 대무의도의 국사봉(230m)과 호룡곡산(244m)을 비롯해 사렴도, 매랑도, 인천국제공항, 인천대교, 팔미도 등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해무몽여해변이 한눈에 들어오는 인근의 전망대에 서면 멀리 대부도, 선재도, 영흥도 등 안산 앞바다의 섬까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하얀 조개껍질이 산처럼 쌓인 갈고리 모양의 몽여해변은 물이 들어오면 붉은색 자갈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물이 맑다. ‘몽여’라는 갯바위는 옛날에 동네 처녀들이 밤에 목욕을 즐겼다는 곳. 지금은 관광객들이 갯돌을 뒤져 게를 잡거나 조개를 줍는 갯벌체험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몽여해변과 잇닿은 아담한 바닷가는 ‘명사의 해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휴양을 즐겼던 고즈넉한 해변으로 이곳에서 장군바위까지는 갯바위 낚시 명소. 붉은 갯바위가 마치 화성의 대지를 연상시키는 해안선 앞에는 해녀도라는 무인도가 젊은 해녀의 젖가슴처럼 봉긋 솟아 있다.
명사의 해변에서 키 작은 소나무 사이로 설치한 나무데크를 오르면 소무의도에서 가장 높은 안산(74m). 정상에 위치한 하도정에 오르면 소무의도를 비롯해 크고 작은 섬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안산에서 가파른 내리막 계단을 내려가면 처음 출발했던 인도교. 작은 시계바늘이 두 바퀴도 돌지 않은 짧은 시간이지만 해무 속에 숨은 소무의도는 눈부신 속살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소무의도(인천)=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