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박현동] 참모 이해찬과 리더 이해찬
입력 2012-06-13 18:50
“독선의 리더십이 아닌 따뜻한 리더십이 사람을 얻고 세상을 바꾼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의 첫인상은 차갑다. 이 대표를 가까이서 본 적이 없으니 이는 순전히 내 느낌이다. 독선적이라는 평가도 많다. 입도 거칠다. 당 대표 취임 일성이 ‘패악무도한 MB정권’이다. 저주가 번득인다. 세 치 혀 속에 인격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 품격이라곤 찾아보기 힘들 뿐더러 독기가 서려 있다. 세간의 평가와 어느 정도 일치한다. 지금까지 그의 언행을 보면 반드시 틀렸다고 할 수 없다.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 그렇다는 것은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첫인상이 뭐 그리 중요한가라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터다. 가까이서 그를 본 사람 중엔 겉은 차갑지만 속은 따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게다. 외견상 차갑게 보이고 독선적 언행은 전략적 차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오히려 내공이 탄탄하다는 견해도 있다. 국무총리를 지낸 6선의 국회의원이라는 이력이 그 근거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리더십의 소유자라는 평가도 여기에서 나온다.
속이 따뜻한 사람이든, 독선적인 인물이든 그건 전적으로 그의 몫이다. 그가 집권을 꿈꾸는 제1야당의 대표가 아니라면 토를 달 일도 아니다. 장관으로서 정책 경험이 풍부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장관은 참모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총리 역시 참모일 뿐이다. 개인적 결함은 개인적 문제로 매듭지어지는 경우가 많고 더러는 리더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제한적이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그것도 6선을 지냈지만 우리 정치풍토상 국회의원 역시 리더로 분류하기 힘들다.
그는 지금 제1야당 대표다. 당 대표는 참모가 아니라 리더다. 리더와 참모의 지위 및 역할은 분명 다르다. 리더의 잘못은 전체의 잘못으로 귀결된다. 패거리 집단의 보스는 ‘나만 따르라’고 하면 된다. 리더, 특히 정치 리더는 달라야 한다. 민주당 내 이념적 스펙트럼보다 더 다양한 것이 국민 전체의 이념적 스펙트럼이다. 극우와 극좌는 물론이고 극우 내에서도, 극좌 내에서도 다양한 생각들이 존재한다. 보수와 진보 역시 무 자르듯 분리되지 않는다. 그래서 정치는 1+1=2가 되는 수학과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정치란 생각이 같은 사람을 결속하되 생각이 다른 사람은 설득하고, 품어야 한다.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수용해야 시너지 효과도 나온다. 천하를 얻으려면 먼저 백성을 얻어야 하고, 백성을 얻으려면 그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왔을까.
얼마 전 이 대표는 대표 후보 당시 한 방송과의 인터뷰 도중 버럭 화를 내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사전에 약속한 대로 인터뷰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다소 귀에 거슬렸을 수는 있다. 인터뷰는 보여주기 위한 약속대련이 아니다. 상대(Interviewee)의 속뜻이 무엇인가를 끄집어내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잘잘못을 떠나 이 대표의 모습을 본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과연 집권을 꿈꾸는 제1야당 리더로서의 인격과 품성을 지녔다고 생각할까. 모르긴 해도 ‘버럭 해찬’이라는 결코 명예롭지 못한 별명과 ‘독선적’이라는 이미지가 겹쳐졌을 것이다. 귀가 얇아도 문제지만 닫힌 것은 더 심각하다. 소통을 이야기하면서도 스스로는 소통을 거부해선 통합은커녕 집권의 꿈을 이룰 수 없다.
당신의 화난 얼굴에서 희망을 읽어내기 어렵다. 바쁘시겠지만 짬을 내 존 맥스웰의 ‘리더의 조건’을 읽어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맥스웰이 제시한 21가지 조건 중에서 성품, 소통, 관대함, 경청, 긍정적인 태도, 안정감, 섬기는 마음, 배우려는 자세, 비전 등은 아마도 이 대표에게 정말 필요한 조언이 아닐까 한다.
독선은 강한 추진력을 가질 수 있다. 패거리와 계파를 결속시키는 데도 유효한 수단이다. 그러나 보스의 리더십일 뿐이다. 대중적 지지를 이끌어내고 하나로 묶어 내는 데 분명 한계가 있다. 개인 이해찬은 그러려니 할 수 있다. 당 대표이자 킹 메이커 이해찬으로서는 분명 옳은 태도가 아니다. 이 대표의 적(敵)은 이 대표 자신이다. 더욱이 집권을 꿈꾼다면….
박현동 편집국 부국장 hd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