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관리위 가동은 박근혜 혼자 가겠다는 독선”… 非朴진영 ‘황우여 대표 제안’ 퇴짜

입력 2012-06-13 21:56


새누리당 비박(非朴·비박근혜) 진영은 13일 황우여 대표가 내놓은 대선후보 경선 룰 논의기구 구성 제의에 퇴짜를 놓았다.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다. 따라서 어느 한쪽의 양보가 없는 한 경선 룰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양측의 갈등은 더욱 꼬여가는 양상이다.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 비박 잠룡 3인방 측은 친박근혜계 중심의 지도부가 경선관리위원회 첫 회의를 강행하면서 다른 경로로 경선 룰 논의를 할 수 있다고 흘리는 것 자체를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비박 주자 진영의 한 관계자는 “후보들이 경선 룰 개정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경선관리위가 활동을 시작한 것은 비박계 없이 그냥 혼자 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3인방 대리인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황 대표로부터 그 어떤 연락을 받은 바 없다. 이런 식의 제안은 심히 유감으로 공당의 대선후보에 대한 결례”라고 힐난했다.

이 의원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남북 회담하듯이 비서실장을 통해 신문에 발표하는 것은 오만한 발상”이라며 “정치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생각할수록 불쾌하다”, “우리가 그렇게 농락당하고 있을 군번인가”, “상대방 부아만 돋우는 것”, “자기들끼리 하라고 하든지”라고 언급하는 등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약자가 강자의 눈치를 보고 따라가기 시작하면 그게 바로 독재정치, 불통정치”라면서 “넉넉한 사람이 꼴찌가 주장하는 경선 룰을 놓고 전문가들과 객관적으로 토론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룰을 만들어 나가는 게 강자의 정치력”이라고 말해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직접 겨냥했다.

정 전 대표 측 정양석 전 의원도 “경선관리위 회의를 강행하고, 후보로 등록해야 대리인 의견을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하는 것은 꼼수”라고 비판했다. 다만 비박 측은 경선 룰을 논의하는 별도기구를 구성하는 것은 검토해볼 만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친박 핵심 의원은 “경선 룰 개정을 전제로 하는 별도기구는 받아줄 수 없다”면서 “최고위에서 논의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해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김 지사 측은 논평을 내고 “황 대표는 경선 룰과 관련해 립 서비스를 그만두고 진정성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황 대표가 중재노력을 했다는 명분 쌓기에만 급급한 것 아닌가”라며 “별도의 경선 룰 논의기구를 관철할 의지를 보여줘야만 진정성을 수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되고 후보들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독립된 경선준비위 구성을 거듭 요구했다.

김 지사는 당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야권의 화려한 ‘3단 흥행 마술쇼’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무미건조한 1인 추대가 아니라 완전국민경선으로 국민의 관심과 축복을 받는 드라마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후보선출 규정 변경과 사당화에 대한 불만으로 (이회창 총재 시절) 탈당까지 해 놓고 이제 와서 ‘선수가 룰을 바꿔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불통과 독선, 오만함의 발로”라고 박 전 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명호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