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자 볼모 수술거부, 醫術이 商術인가

입력 2012-06-13 18:34

포괄수가제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수술 거부를 결정했다. 안과의사회가 다음 달 1일부터 1주일간 백내장 수술 등을 거부키로 한 데 이어 외과와 산부인과, 이비인후과도 이에 동참키로 했다.

의사들의 포괄수가제 반대 집단행동은 명분에서나 방법에서 모두 옳지 않다. 포괄수가제는 어느 병원에 가더라도 표준화된 진료비를 내는 제도로, 과잉 진료 방지가 목적이다. 우리나라는 2002∼2009년 1인당 보건의료비용 연평균 증가율이 7.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6%를 크게 웃돈다. 평균 입원일수도 14.6일로 2배나 많다. OECD도 “이대로 가면 한국 의료의 지속 가능성이 없다”며 포괄수가제 확대를 권고할 정도다.

게다가 1997년 시범 도입된 이 제도는 2002년부터 참여 여부를 선택토록 한 이후 진료기관 71.5%가 동참하고 있다.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은 지난 2월 의협 등이 참여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미 결정 난 사항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한의사협회가 뒤늦게 반대하고 나선 것은 설득력이 없다.

특히 의사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명분 여하를 떠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협은 제왕절개나 맹장수술처럼 응급을 요하는 경우는 제외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술 거부로 환자들이 치명적 피해를 보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다. 무엇보다 포괄수가제가 환자들을 위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방해한다고 반대하던 의협이 환자를 볼모로 집단행동을 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애초부터 환자의 건강이나 생명은 안중에 없었고, 오직 의사 자신들의 이익이 문제였다고 국민들이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의료계는 집단이기주의에서 비롯된 수술 거부 계획을 거둬들여야 한다. 이미 포괄수가제에 합의가 이뤄진 마당이니 일단 시행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고쳐나가면 된다. 집단 수술 거부가 실행에 옮겨지면, 의술은 인술(仁術)이 아니라 상술(商術)이란 따가운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당국도 제도 개선의 가능성을 열어두되, 수술 거부가 강행될 때는 법과 권한에 따른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