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통법규 위반 사소한 잘못 아니다
입력 2012-06-13 18:29
나날이 높아가는 국가적 위상에 반해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남부끄러운 것이 있다. 법규 위반 등 불법운전을 밥 먹듯 하는 낮은 ‘교통 민도(民度)’다. 이젠 많은 면에서 선진국 소리를 듣고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유독 자동차 운전에 관한 한 후진국도 그런 후진국이 없을 정도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조사 결과 불법 주·정차, 교차로 꼬리 물기, 진·출입로 끼어들기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서울서만 연간 4조45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개 ‘종목’만 계산했기에 망정이지 중앙선 침범, 신호 위반, 과속에 음주운전 등 온갖 난폭·얌체·불법운전을 모두 합하면 그 액수가 얼마나 될지 상상하기도 힘들다. 사회적 비용뿐인가. 아무리 많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인명 피해는 또 어떤가.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22만1711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5229명이 목숨을 잃었다.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9위다. 그럴 수밖에 없다. 영업용이건 비영업용이건 가리지 않고 거리낌 없이 법규를 위반하는 운전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2005년에 네티즌 1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운전자 2명중 1명꼴로 하루 한번 이상 교통법규를 어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손해보험협회가 지난해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데 따르면 운전자 10명중 3명꼴로 하루 5번 이상 법규를 위반했고, 약 절반은 “상황에 따라 법규를 어길 수 있다”고 응답했다. 교통법규 위반을 다반사로 하면서도 죄의식이나 책임감을 느끼기는커녕 ‘나만 편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 저열한 의식수준을 어떻게 해야 뜯어고칠 수 있을 것인가.
시정연 측은 ‘체계적인 홍보와 엄격한 단속’을 대책으로 제시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벌칙 강화와 함께 불법운전 등 교통 법규 위반이 사소한 잘못이 아니라는 사회적 공감대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툭하면 실시하는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한 특별사면부터 억제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