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영준 추가 기소한 민간인 사찰 수사

입력 2012-06-13 18:28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을 재수사해온 검찰이 13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추가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쳤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개입은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냈다. 내로라하는 베테랑 검사로 팀을 구성해 3개월간 재수사한 결과다.

입막음용으로 거액을 받았다는 총리실 전 주무관의 폭로로 재수사가 이뤄졌지만 몸통이나 윗선 개입 의혹의 실체는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 수사 특성상 공소유지가 어려운 사건을 의혹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낱낱이 파헤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수사 결과는 초라하다. 중요 참고인을 서면조사로 끝내버린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검찰은 사건 당사자를 직접 소환하기보다는 서면조사를 무척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고급아파트 구입 의혹과 관련된 환치기 사건에 연루된 노정연씨에게도 서면질의서를 보냈다. 사저 부지 매입 사건과 관련된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도 서면조사 한 번으로 끝냈다. 법 앞의 평등이란 헌법정신을 검찰이 잠시 잊은 것이 아닌지 의아스럽다.

참고인을 조사할 때 검찰청사로 불러 조사하는 것이 원칙이다. 얼굴을 마주보고 혐의 사실을 추궁하는 것이 진실을 밝히는데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꼭 예우가 필요할 때는 제3의 장소나 방문조사를 해 온 것이 검찰의 그간 관행이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중요 참고인들을 얼굴 한번 보지 않고 한 장의 해명성 답변서로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검찰이 부르면 만사 제쳐두고 가슴 졸이며 출두해 조사를 받아야 하는 서민들의 정서를 생각한다면 서면조사는 가급적 자제돼야 할 것이다. 밤을 새가며 조직폭력배의 배후를 밝혀내고 사비를 들여 중요 수배자를 쫓는 검사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는다. 이번 사건 때문에 사명감에 불타는 패기에 찬 검사들의 거악을 뿌리 뽑겠다는 초심이 흔들리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