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나무 가지에는 청매실이 주렁주렁… 재첩 잡는 아낙들 모습은 한 폭의 그림

입력 2012-06-13 21:44


섬진강은 봄의 강이다. 눈보다 하얀 매화가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리는 곳도 섬진강이고, 샛노란 산수유꽃과 연분홍 벚꽃이 번갈아 피고 지는 곳도 섬진강이다. 어디 그 뿐인가. 연보랏빛 자운영이 꽃멀미를 불러일으키는 악양들판도 섬진강변이다. 그러나 한바탕 봄잔치가 끝나고 나면 섬진강은 기억 속에서 잊혀진다. 하지만 매화가 낙화한 자리에서 포도알보다 굵은 매실이 주렁주렁 열리고 재첩 캐는 아낙들 옆에서 섬진강 은어가 강심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초하의 섬진강 풍경도 봄의 섬진강 못지않게 낭만적이다.

섬진강 매실=섬진강에 함박눈이 내리듯 매화 꽃잎이 흩날리더니 어느새 전남 광양 섬진마을의 매화나무 가지엔 가난한 사람들의 눈물과 땀을 먹고 자란다는 청매실이 주렁주렁 열렸다. 광양과 경남 하동에서 생산되는 매실은 전국 생산량의 70%. 지난주부터 시작된 매실 수확은 이달 하순까지 계속돼 가파른 산자락의 매실밭은 매실을 수확하는 늙은 아낙들로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매실은 대표적인 알칼리성 건강식품으로 동의보감은 “매실은 맛이 시고 독이 없으며, 가슴앓이를 없앨 뿐 아니라 마음을 편하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예로부터 위장강화·배탈치료·지혈·해독·구충제로 쓰였던 매실은 피를 맑게 하고 피로회복에 뛰어나 최근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매실밭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은 홍쌍리 매실 명인으로 유명한 광양의 청매실농원. 짙은 밤꽃 향기가 정신을 아득하게 하는 청매실농원의 문학동산 정자에 오르면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과 지리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매실이 주렁주렁 열린 초가집과 수확한 매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장독대의 풍경도 이색적이라 이맘때면 사진작가와 매실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매실 가격은 10㎏ 한 상자에 3만∼10만원.

청매실농원은 매실체험교실을 16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연다. 무농약으로 재배한 매실 3㎏을 직접 따서 세척한 후 홍쌍리가의 비법 그대로 매실주, 매실절임, 매실간장피클을 만들어본다. 체험이 끝난 후에는 홍쌍리 매실 명인의 매실건강법과 밥상을 약상으로 만드는 강의를 듣는다. 참가비는 4인 가족 기준 8만원(061-772-4066).

섬진강 재첩=경상도와 전라도를 흐르는 섬진강은 요즘 재첩을 채취하는 아낙들로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1급수에만 사는 새끼손톱 크기의 재첩은 모래가 많은 진흙 바닥에 서식하는 민물조개. 화개장터에서 하동송림에 이르는 하동포구 80리가 재첩의 보고다.

재첩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속풀이 해장국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동 아낙들은 재첩국 동이를 머리에 이고 골목을 누비며 ‘재첩국 사이소’라는 외침으로 새벽을 열었다. 그때의 정겨운 풍경은 사라졌지만 하동과 광양에 사는 섬진강 아낙들의 재첩잡이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재첩잡이는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차가운 강심에서 채취해야 하기 때문에 수온이 높아지는 6월부터 추석을 전후한 시기까지만 채취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재첩이 가장 맛있는 때는 산란철을 앞둔 6월. 재첩을 채취하려면 물때도 맞춰야 한다. 썰물로 섬진강 수위가 무릎에서 허리 정도로 낮아질 때가 적당하다.

재첩을 채취하는 방법은 매우 독특하다. 썰물 때 커다란 고무다랑이(함지박)를 몸에 묶고 긴 장대 끝에 부챗살 형태의 긁개가 달린 거랭이로 강바닥을 훑어 재첩을 채취한다. 아낙들은 물이 가슴까지 차는 곳에서, 남자들은 나룻배를 타고 수심이 깊은 곳에서 재첩을 잡는다.

재첩이 건강식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숙취예방에 좋을 뿐 아니라 칼슘, 철, 인을 비롯한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기 때문. 뽀얀 국물이 구수한 재첩국과 싱싱한 재첩을 살짝 데친 후 갖은 양념과 버무린 재첩회가 맛있다. 하동읍내에 여여식당(055-884-0080)과 동흥재첩국(055-884-2257) 등 재첩 전문 음식점들이 많다.

광양·하동=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