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2, 다시 떠오른 태양… ‘셰브첸코’ 열정의 2골
입력 2012-06-12 19:08
“지는 태양은 마지막에 더 붉게 타오른다”.
올해로 36세. 한물 간 ‘득점기계’ 안드리 셰브첸코(디나모 키예프)가 유로2012에서 우크라이나의 영웅으로 부활했다.
우크라이나는 12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과 D조 1차전에서 헤딩으로 2골을 몰아친 셰브첸코의 활약에 힘입어 2대 1로 역전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2위로 본선 출전국 중 최하위팀인 우크라이나는 구소련에서 분리된 이후 개최국 자동출전 자격으로 사상 첫 유로 무대를 밟았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같은 조 프랑스와 잉글랜드가 1대 1로 비기면서 조 1위를 차지해 8강 진출도 꿈꿔 볼 수 있게 됐다.
선제골은 스웨덴(17위)이 넣었다. 전반을 득점 없이 비긴 후 후반 7분 킴 칼스트롬(리옹)의 크로스를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AC밀란)가 이탈리아 세리에A 득점왕답게 감각적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나 홈팀 우크라이나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셰브첸코가 선제골을 내준지 3분 만에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다이빙 헤딩슛으로 연결해 골을 터뜨렸다. 기세가 오른 우크라이나가 역전골을 넣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후반 17분 이미 골 맛을 본 셰브첸코가 코너킥 세트피스에서 첫 골을 넣은 지 7분 만에 다시 한 번 머리로 스웨덴의 골망을 흔들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셰브첸코가 후반 36분 아르템 밀레프스키(디나모 키예프)와 교체돼 벤치로 물러나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우크라이나 팬들은 기립 박수와 환호로 노병의 귀환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셰브첸코는 AC밀란 시절 세리에A와 챔피언스리그에서 골 폭풍을 일으키며 발롱도르(유럽 최우수선수) 수상했지만 첼시에서의 부진을 뒤로 하고 빅리그를 마감했다. 3년 전부터 자국리그 디나모 키예프에서 뛰고 있는 셰브첸코는 부상과 경기력저하로 출전마저 뜸해 이번 대회 최종 엔트리 발탁도 불투명했었다. 하지만 올레 블로킨 감독은 큰 대회 경험이 없는 우크라이나에 ‘정신적 지주’ 셰브첸코는 꼭 필요한 선수로 판단했고 그의 결정은 적중했다.
한편 앞서 열린 ‘영원한 앙숙’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경기는 1대 1 무승부로 끝났다. 프랑스의 파상공격에 밀려 힘겹게 경기를 이어가던 잉글랜드가 오히려 전반 30분 졸리온 레스콧(맨체스터 시티)의 선제골로 앞서나갔지만 프랑스도 전반 39분 사미르 나스리(맨체스터 시티)가 동점골을 뽑아냈다.
그라운드를 반쪽만 사용했을 정도로 슈팅에서 21개(유효슈팅 7개)―5개(유효슈팅 1개)를 날리며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프랑스로는 아쉬운 한판이었고 2경기 출장정지를 당한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빠진 잉글랜드로서는 다행스러운 경기였다.
곽경근 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