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갈등… 경찰, 현직검사 체포영장 신청 檢 바로 기각
입력 2012-06-12 19:01
경찰간부의 검사 고소 사건과 관련, 경찰이 현직 검사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기각했다. 경찰은 즉각 반발했지만 체포영장을 다시 신청해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12일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한 사건의 기록을 검토한 결과 형사소송법상 체포영장의 요건과 필요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돼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법원에 직접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없다. 체포영장을 청구해 달라고 검찰에 신청하면 검찰이 사건내용과 필요성, 요건 등을 검토해 청구 여부를 결정한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영장을 신청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검찰이 기각했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했다”면서 “처음부터 체포영장을 받아 줄 의사가 없었던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경찰은 체포영장을 재신청하거나 소환조사 없이 기소 또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구 성서경찰서 합동수사팀은 이날 오전 경남 밀양경찰서 정모(30) 경위로부터 모욕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된 대구지검 서부지청 박모(38) 검사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고소인과 피고소인 간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진실을 규명하려면 양측의 대질이 필요하다”며 “강제수사 외에는 방법이 없어 체포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박 검사는 경찰의 3차례 출석 요구에 모두 불응했다. 출석 요구의 경우 현행법상 횟수 제한은 없지만 3차례 요구했는데도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것이 관행이다. 정 경위는 지난 3월 “박 검사가 창원지검에 근무하던 지난해 9월 내가 맡은 수사를 지휘하면서 수사 축소를 지시하고 폭언을 퍼부었다”며 박 검사를 경찰청에 고소했다. 이후 이 사건은 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과 맞물려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검찰의 지휘로 사건은 관할 성서경찰서로 이송됐지만 경찰청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본청 지능범죄수사대 인력을 보내 합동수사팀을 구성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소속 이지은 경감은 지난 4월 27일 휴가를 내고 사복 차림으로 대구지검 서부지청 앞에서 박 검사의 출석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반면 검찰은 의도가 순수하지 않은 기획된 고소로 의심하고 있다. 박 검사도 출석에 불응하며 제출한 서면 진술서에서 “막말과 폭언, 욕설은 하지 않았다. 정 경위가 오해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송세영 기자, 대구=최일영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