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4000억대’ 사상최대 환치기 일당 잡았다
입력 2012-06-12 19:02
관세청 서울세관은 올해 초 외환 밀반입에 대한 제보를 조사하다가 환치기업자 A씨(45)의 범죄 혐의 사실을 알아냈다. 세관은 지난달 공항을 통해 입국한 Y씨로부터 여행가방 2개를 전달받은 A씨를 미행해 사무실을 덮쳤다. 그의 여행 가방에는 밀수출 대금 3억2000만엔(약 47억원)이 100만엔 현금다발로 수북이 담겨 있었다. 세관은 압수한 현금 및 서류 조사를 통해 ‘밀수출→현금반입→불법 환전→비자금 조성’으로 이어지는 사건 전모를 밝혀냈다.
환치기 등을 통해 5년간 1조4000억원대의 불법 외환거래를 일삼던 130여개 의류·무역업체, 환치기업자, 환전상 등이 세관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불법 외환거래 규모로는 1970년 관세청 개청 이래 가장 크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12일 A씨와 환전상 등 8명을 외국환거래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일본인 현금 운반책 2명을 지명수배했다고 밝혔다. 서울세관은 불법 외환거래에 가담한 의류·무역업체들을 상대로 조사를 확대해 매출누락과 자금세탁, 재산도피 여부 등을 조사해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동대문 일대에서 무역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2007년부터 올해 5월까지 대일 무역업체들과 짜고 의류 등을 일본에 밀수출하고 물품대금은 운반책을 통해 현금으로 밀반입한 뒤 국내 환전상을 거쳐 환전해왔다. 특히 A씨는 불법 외환거래만 대행해주는 일반 환치기와 달리 밀수출부터 대금회수, 불법 자금 조성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신종 수법을 동원했다.
또 세관의 자금 추적을 회피하려고 밀수출 대금은 사업자금인양 세관에 허위 신고하고 공항에서 일본인 운반책으로부터 현금을 인계받은 뒤 곧바로 출국시키는 등 용의주도함을 보이기도 했다.
업체 역시 매출 누락으로 현찰을 챙겨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세금을 내지 않는 등 자연스럽게 A씨와 공범 노릇을 했다. A씨 등은 무역업체로부터 수수료 등 39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기기도 했다. 시내 환전상도 이들의 불법 외환거래에 가담했다.
A씨와 결탁한 환전상 B씨(58·여)는 전달받은 밀수출 대금의 불법 환전 사실을 숨기려고 보관 중이던 외국인 여권 사본을 이용, 다른 외국인에게 환전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B씨는 수상한 거래 등을 관계 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것을 피하려고 보고 기준인 5000 달러 이하로 쪼개 환전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밀수자금 등 불법 자금의 유·출입과 자금세탁 등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환치기 등 반사회적 국제금융범죄 단속에 조사역량을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