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이어 치안·국경 및 환경 감시까지… ‘무인기 천국’ 美, 통제능력 상실

입력 2012-06-12 18:45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뿐 아니라 국내 치안·국경 및 환경감시 등의 분야로까지 무인기 ‘드론’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미션을 위한 준비과정이 미흡한 상태에서 여기저기 드론을 투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이란 영공에 침투했다 납치되는 수모를 겪은 데 이어 11일(현지시간)에는 해군 무인폭격기가 수도 워싱턴DC 인근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체면을 구겼다.

국토안보부 감사실은 11일 감사보고서에서 국토안보부가 너무 많은 무인기를 도입하는 바람에 비행훈련 시간이 부족한데다 사용법조차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일침을 가했다고 워싱턴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한마디로 무인기 통제력을 잃었다는 주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 항공해안 담당 세관국경보호국(CBP)은 현재 9대의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고 10대째를 주문해놨지만 충분한 지상 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데다 미션을 최적화하기 위한 계획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CBP는 연간 드론 비행훈련 시간이 기준인 1만 시간 이상에 턱없이 부족한 4000시간 미만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등 치안당국도 범죄예방을 위해 드론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닥쳤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최첨단 무인폭격기 글로벌 호크(모델명 RQ-4A)가 11일 낮 메릴랜드주 도체스터 카운티의 솔즈베리시 인근 블루드워스섬에 추락했다고 미 해군이 밝혔다. 추락지점은 워싱턴 백악관에서 자동차로 190여㎞ 떨어진 곳으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 무인기는 패턱센트 리버 해병대 기지에서 이륙해 가상폭력 임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고 CNN은 전했다.

WBOC-TV가 촬영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드론은 늪지대에서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불타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미군 군용기 가운데 드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31%로 7500여대가 운용 중이다.

한편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미군이 전장에 투입된 병사들에게까지 무인기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스위치 블레이드’라고 불리는 소형 공격용 무인기로 배낭에 넣어 가지고 다니다 꺼내 사용할 수 있는데 50대 이상을 이번 여름 아프가니스탄에 배치할 예정이다.

스위치블레이드는 날개를 폈을 때 너비와 길이가 각각 60㎝, 총 중량이 2.5㎏밖에 안 돼 휴대용 크루즈미사일에 가깝다. 동체가 폭발물로 채워져 타격 목표로 돌진해 폭발하는 ‘카미카제’ 방식으로 공격한다. 전투 현장에서 병사가 엄폐물에 숨어 있는 적을 만났을 때 배낭에서 스위치블레이드를 꺼내 날개를 편 뒤 날려 보내면 카메라로 적의 모습이 전송된다.

그러나 컬럼비아대 법과대학원 노린 샤 교수는 “무인기 폭격은 사전에 전술·법률적 검토까지 거친 뒤에 신중하게 이뤄지는데도 오폭 등 사고가 일어난다”면서 “계급이 낮은 병사가 전투 현장에서 항공기 공격 여부를 결정하면 더 많은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