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번 정유업계 “휴∼”… 정부는 ‘EU 재보험’ 풀기 총력
입력 2012-06-12 22:06
미국이 11일(현지시간) 이란산 원유 수입과 관련해 한국을 예외 적용 국가로 지정하면서 정유업계는 6개월의 시간을 벌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정유업계는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
유럽연합(EU)의 ‘이란산 원유 수송 선박 재보험 제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달 말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세계 선박 재보험 업계를 독점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이란산 원유 수송 선박에 대해서는 재보험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더라도 EU의 보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원유 수송선이 위험을 무릅쓰고 뜨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도 EU 설득에 외교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12일 “지난주 외교부에서 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실무협상단이 유럽에 다녀왔는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미국으로부터 예외 조치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EU를 설득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8∼1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이란과 서방국가의 핵협상과 25일 열리는 EU 외무장관회의 결과를 지켜본 뒤 협상단 파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정유업계도 이란산 원유를 대신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국내 4개 정유업체 중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두 곳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현재 전체 수입물량 중 이란산은 9.8% 정도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두 업체가 카타르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와 협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달 이란산 원유 200만 배럴을 수입할 예정이고 SK도 이달까지는 별 무리 없이 이란산 원유 수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결정은 큰 틀에서 보면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하지만 EU와 협상 중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국 신용평가사 피치의 아시아 에너지 및 유틸리티 부문 부국장인 셀리 장은 이란산 석유 수입이 감소하면 국내 정유사들이 이란산 원유 대체에 따른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해 휘발유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