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잡이 한창 6월 동해 묵호항에선… “2012년도 滿船하세요” 찬양·기도로 풍어 기원

입력 2012-06-12 21:08


묵호 지역 70여 교회

풍어예배 및 노래자랑


“전능하신 하나님, 올해도 묵호항 어판장에 생선이 가득 차게 도와주세요. 항해하는 모든 어업인들이 안전하게 조업할 수 있도록 우리 주님이 선장되어 주시고 평강 가운데 지켜주시옵소서. 항상 우리를 잔잔한 물가로 인도해 주시옵소서. 아멘.”

12일 오후6시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 수변공원에는 이색풍경이 연출됐다.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어제 대신 풍어예배가 열린 것이다. 묵호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어민과 동해시 각급 기관장·사회단체장 등 1500여명은 경건하면서도 기쁘고 즐거운 표정으로 찬송을 불렀다. 그리고 이 지역의 70여개 교회가 정성껏 마련한 만찬과 어업인 친목 노래자랑에 참석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 행사이름은 ‘18회 풍어예배 및 7회 어업인 노래자랑’. 동해시기독교연합회(회장 박권규 목사·북삼장로교회)가 주최하고 묵호항 주변 성문교회(김백수 목사)와 참빛교회(김근배 목사), 새힘교회(김종규 목사), 새묵호감리교회(장태영 목사) 등 4개교회가 주관한 행사다.

묵호항은 동해에서 어업생산물량이 가장 큰 항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용왕에게 풍어제를 드리는 미신이 성행했다. 하지만 1991년부터 풍어제 대신 만유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풍어와 안전을 맡기는 풍어예배가 매년 이어지고 있다.

이날 풍어예배는 장태영 목사가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장 목사가 “올해도 만선하세요”라고 외치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 이어 찬송가 478장 ‘참 아름다워라’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고 잃어버린 영혼을 위한 특별기도가 있었다.

동해시기독교연합회장 박권규 목사는 ‘생명과 풍성함’(요 10:10)이란 주제로 설교했다. 박 목사는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하나님을 떠나고 잘못된 인생을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사랑이고 복이고 만선과 같은 풍성함이신 예수님께 나아오길 기원한다”고 말씀을 선포했다. 객석에서 우렁찬 “아멘”소리가 들렸다. ‘부흥’ ‘얼굴’ 등 힘찬 트럼펫 연주는 큰 박수를 받았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과 동해경찰서 신우회원들이 감미로운 특송으로 예배 분위기를 달궜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상품이 푸짐했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에게 3개의 비누세트를 선물했다. 또 노래자랑을 열어 자전거와 선풍기, 건강종합 검진권을 제공했다. 경품추첨을 통해 일본과 울릉도 왕복 승선권도 전달됐다. 대한적십자사 묵향봉사회와 웰컴 회원 40여명도 주최 측이 마련한 국밥과 떡, 과일 등을 바지런히 날랐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통역 봉사도 진행됐다.

묵호항 인근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미신과 우상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이어져 왔다. 풍어예배는 이런 모순을 깨뜨리고 만물의 창조자이며 복의 근원되시는 하나님을 명확하게 일깨워주는 의미 있는 행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곳 지역 교회들은 어려운 목회환경 속에서 무당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어촌 지역은 샤머니즘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곳 사람들은 제사를 지내는 것은 물론, 무슨 일만 생기면 무당을 불러 굿을 한다. 그래서 1991년 등대감리교회와 오원일 장로 등이 ‘풍어예배’를 제안했다. 이때부터 묵호항 주변 교회들이 주관이 돼 바닷가의 경기가 회복되고 풍어가 이루어지며 모든 주민이 평안한 삶을 살도록 하나님께 간구하고 있다. 동해시기독교연합회 소속 70여 교회도 동참해 매년 ‘풍어예배’를 드리고 있다. 풍어예배는 이 지역 특산물인 오징어가 잡히기 시작하는 6월에 풍어예배준비위원회가 조직되고 행사가 진행된다. 2004년부터는 노래자랑도 함께 열고 있다.

풍어예배준비위원장 오원일(새묵호감리교회·도의원) 장로는 “전국에서 풍어제가 아닌 풍어예배를 드리는 곳은 드물다”며 “특별히 이 예배를 통해 믿지 않는 사람들이 하나님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후 10시. 참석자들은 하나님을 의지하면 승리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목사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긴 채 찬송 ‘주와 같이 길가는 것 즐거운 일 아닌가’를 부르며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묵호항 앞바다에 오징어 배의 휘황한 불빛이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동해=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