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입고 쿨∼하게 일하세요… 직장인 ‘쿨 비즈룩’ 멋내기

입력 2012-06-12 18:22


올여름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남성패션에 대변혁이 일고 있다. 패션에 관한 한 고루했던 남성 공무원들이 반바지에 샌들을 신고 출근하고 있다. 이른바 ‘슈퍼 쿨비즈룩’.

해마다 여름철이면 관공서와 대기업에서 넥타이를 매지 않는 쿨비즈룩을 권장했지만 이번 여름은 파격적이다. 서울시는 한여름인 6∼8월을 슈퍼 쿨비즈 기간으로 정하고, 민원부서 외 공무원들에게 반바지와 샌들을 권하고 있다.

반바지가 시원하긴 하겠으나 자칫 ‘동네 아저씨 패션’으로 스타일을 구길 수도 있다. 반바지를 입고도 “어, 괜찮은데!”하는 반응을 이끌어 내고 싶다면? 남성복 브랜드 트루젠 디자인실 민정호 실장은 “반바지를 입을 때는 재킷 조끼 등 상의를 잘 갖춰 입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소매셔츠를 입을 때도 깃이 있는 셔츠를 골라야 한다. 물론 반바지도 양옆에 주머니가 달려 있는 헐렁한 면바지나 무릎 위로 훌쩍 올라가는 짧은 바지는 피해야 한다. 적당히 몸에 맞고 무릎 정도 길이가 알맞다.

공무원들의 ‘슈퍼 쿨비즈룩’ 등장으로 일반 회사원들의 한여름 패션도 한결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 등 대기업에서 올여름에는 반팔셔츠와 면바지 차림을 제안하고 있다. 평소 놀이공원 가는 패션을 출근복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선 패션 센스가 더해져야 한다. 패션 전문가들은 사이즈와 색상, 소재, 디자인, 그리고 패션소품을 잘 챙기면 시원하면서도 멋스런 차림으로 올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성복 디자이너 장광효씨는 “엉덩이에 군살도 붙고 배도 나오기 시작하는 30대 중반 이후 남성들은 이를 가리기 위해 헐렁하게 입는데, 반팔셔츠 등 캐주얼을 입을 때는 꼭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깨와 암홀라인이 맞춤처럼 잘 맞고 허리도 살짝 들어간 셔츠를 입으면 한결 젊어 보이고 자신감도 느껴진다는 것. 장씨는 한국패션협회와 지식경제부 후원으로 추진한 에너지 절약을 위한 여름철 패션상품 ‘휘들옷’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재킷에 노타이 차림을 할 때도 사이즈에 신경 써야 한다. 지오투 변선애 디자인실장은 “일반적으로 드레스 셔츠는 신체 사이즈보다 1인치 정도 큰 사이즈를 선호하는데, 타이를 매지 않는 만큼 조금 타이트한 셔츠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타이를 매지 않아도 깔끔한 V존(재킷을 입었을 때 보이는 부분)을 연출하기 위해선 뒷목밴드와 칼라가 약간 높은 셔츠를 골라야 한다. 넥타이를 매지 않는 대신 주머니나 재킷 깃에 행커치프나 부토니에를 꽂아 멋을 내도록 해보자.

남성들이 즐겨 입는 색상은 계절에 관계없이 감색 검정 등 어두운 색상. 갤럭시 라이프 스타일의 손은영 디자인실장은 “감색 검정 등은 덥게 느껴지게 마련이므로 시원한 느낌을 주는 베이지나 흰색, 파랑 등 밝은 톤을 입어 보라”고 권했다. 올여름에는 감색 바지 대신 흰색 바지를 기준으로 옷을 입어보자. 흰색은 시원해보일 뿐만 아니라 모든 색과 두루 어울리는 ‘착한’ 색상이다. 흰색 바지에는 하늘색, 파란색, 핑크색, 연두색, 주황색 셔츠나 재킷 모두 멋스럽게 어울린다.

소재를 잘 고르면 같은 디자인과 색깔의 옷이라도 한결 시원하다. LG패션 남성캐주얼부문 이지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국내외 패션 브랜드 사이에선 입은 듯 안 입은 듯한 느낌을 주는 특수 냉감 소재 개발 경쟁이 한창”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올여름에는 시원하지만 잘 구겨지는 마 소재보다는 청량하면서도 구겨짐은 덜한 시어서커 소재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면바지도 순면은 구김이 심하므로 폴리나 스판덱스 혼방 등으로 스트레치 기능을 살린 원단을 골라야 시원하면서도 후줄근한 모습을 피할 수 있다.

반바지 또는 면바지에 정장에 신던 구두를 신는다면? 정장바지에 운동화를 신는 것과 마찬가지로 꼴불견이다. 금강제화 디자인실 강주원 차장은 “면바지에는 보트슈즈나 스니커즈 로퍼 등 캐주얼화를 신어야 한다”면서 특히 발목부분을 걷어 올린 롤업 팬츠나 반바지에 샌들이나 보트슈즈를 신을 때는 맨발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맨발이 불편하다면 신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발목양말을 신도록 한다. 강 차장은 캐주얼화의 색상은 초코 브라운색이나 흰색과 파란색이 같이 들어 있는 콤비 스타일이 좋다고 추천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