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인구 120만 시대’ 장비 일괄구입 말고 필요할 때마다 사라… 초보 캠퍼들을 위한 전문가 조언

입력 2012-06-12 18:16


“우와! 엄마 내가 우리 집을 지었어요!”

상빈(11·초등4)이는 엄마 박미나(41·서울 홍지동)씨에게 달려와 큰소리를 친다. 오빠 옆에서 서진(5)이도 방실거리며 한마디 한다. “나도 만들었어! 엄마.”

아이들이 집을 짓다니, 모형집? 아니다. 상빈·서진 남매가 지은 집은 이들 네 식구가 하룻밤 오순도순 보낼 텐트다. 집짓기를 끝낸 아이들은 쪼르르 옆 텐트로 몰려간다. 그리고 금세 친구가 돼서 손잡고 개울가로 달려간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박씨는 빙그레 웃는다.

“떠나기 전부터 음식 준비하고 짐 싸야 하고, 또 도착해서도 아이들 말대로 집 만들어야 하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귀찮죠. 그래도 자꾸 짐을 싸게 되네요.”

아직 텐트 치는 것도 서툴러 지난달 5일 아웃도어브랜드 콜맨 주최 ‘캠핑스쿨’에 참여했던 초보 캠퍼 박씨는 “자연과 가깝게 지내고 싶어서 캠핑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장비 마련하느라 초기 비용이 많이 들기는 했지만 대여섯 번 다녀오니 그 비용은 빠진 것 같다”고. 박씨는 “아이들이 아주 어리지 않은 가정은 콘도나 펜션보다는 캠핑이 더 재밌고 유익할 것 같다”고 권한다.

시냇물은 졸졸졸졸, 아이들은 왔다갔다∼.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에 귀가 쫑긋, 흙 내음에 코가 벌름벌름.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는 캠핑을 즐기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캠핑 인구는 120만명에 육박하고, 크고 작은 캠핑장만 해도 400여개나 된다.

캠핑을 즐기기 위해선 우선 준비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초보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전문점에 가서 판매원이 권해주는 대로 장비 일체를 구입하는 것이다.

이지캠핑 김수태 대표는 “캠핑 도구가 다 갖춰진 곳에 가서 한두 번 사용해보고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는 것이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일러 준다. 이지캠핑장에는 텐트는 물론 테이블, 의자, 취사도구, 매트, 베개까지 갖춰져 있어 먹거리만 준비해가면 된다. 이곳에서 머물면서 우리 가족에게 꼭 필요한 것을 체크해 구입하라는 것.

그래도 첫 캠핑은 ‘나의 것’으로 하고 싶다면? K2 신윤호 용품기획팀장은 “텐트와 버너, 랜턴은 반드시 준비하고 몇 차례 캠핑 후 자신의 캠핑 스타일과 장소 및 인원 등을 고려해 필요한 제품을 추가로 갖추라”고 말한다. 텐트 바닥의 습기를 막아줄 방수포와 깔고 잘 매트리스는 비닐깔개와 담요 등으로 대처할 수 있다. 또 코펠은 집에서 쓰는 냄비와 그릇, 테이블과 의자는 낚시 의자 등 접이식 의자를 활용해도 된다.

아이더 오남훈 용품기획팀 대리는 “장비를 구입할 때 초보자는 설치하기 쉽고, 사용하기 편하며, 쉽게 옮길 수 있도록 가벼운 것을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텐트는 아이들과 함께 설치하는 것이 좋으므로 손쉽게 설치할 수 있고, 무게는 어른 혼자 운반할 수 있는 부피와 5∼7㎏ 정도의 무게가 적당하다. 또 방수 코팅 처리를 한 고기능 원단을 사용했는지, 실내외 온도 차에 의해 물방울이 맺히는 결로현상을 최소화하도록 통풍이 우수한지도 살펴야 한다.

휠라 스포트 이동식 상무는 “버너는 점화·소화가 비교적 쉬운 가스버너가 초보자에게 알맞고, 랜턴은 실내외 겸용의 건전지 랜턴이 실용적”이라고 추천했다. 휘발유버너는 화력은 좋지만 사용법이 번거롭기 때문. 가스버너는 무게 중심이 낮고 받침대 면적이 넓어서 울퉁불퉁한 바닥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

몽벨 서창배 상품기획팀장은 “캠핑용품은 이용할 가족의 수보다 큰 사이즈로 구입하는 것이 편리하다”고 귀띔했다. 4인 가족이면 보관할 짐도 있기 때문에 텐트는 최소 5∼6인용은 돼야 한다. 코펠도 큰 사이즈로 구입한 뒤 요리종류에 따라 필요한 것만 분리해 가져가도록 한다.

코오롱스포츠 방종호 용품기획팀 과장은 “부탄가스, 오토캠핑용 대등 심지 등 소모품은 여유 있게 준비하고, 낭만적인 캠핑을 계획하고 있다면 장작도 미리 마련해가는 것이 좋다”면서 한여름이라도 갑작스런 기후 변화에 대비한 방수 옷과 보온용 옷은 꼭 준비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것저것 준비해도 밖에서 그깟 텐트만 치고 아이들까지 온 가족이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온라인쇼핑몰 아이스타일24 이린희 마케팅팀장은 “근교 공원이나 가까운 캠핑장에서 당일 데이캠핑을 먼저 해본 뒤 1박 이상의 캠핑을 떠나라”며 “첫 장거리캠핑은 개수대, 화장실, 샤워실 등 부대시설이 좋은 곳을 선택하고, 특히 날씨를 꼼꼼히 체크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