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구제금융 ‘1일 효과’] ‘시장 불신’ 털기 역부족… 伊 국채금리 마지노선 근접
입력 2012-06-12 18:54
스페인 구제금융 결정 소식은 시장을 안심시키는 데 실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시장의 환호가 수시간 지속됐을 뿐”이라고 혹평했다.
지난 주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이 스페인에 최대 1000억 유로의 구제금융 지원을 전격 결정한 뒤 첫 주가 시작된 11일(현지시간) 세계 주식시장은 강세로 출발해 환호하는 듯했다. 하지만 대부분 하락장으로 마감하거나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0.7% 상승했다가 결국 1.1% 떨어졌다. 영국 프랑스 독일의 주식시장도 밋밋한 반응을 보였다. 강세를 보였던 일본 한국 홍콩 등 아시아 시장도 12일 주가가 하락했다. 이어 개장된 유럽 증시는 소폭 상승세로 출발했다.
시장의 불신은 스페인 장기 국채 금리가 선명하게 보여준다.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6.5%를 넘어섰다. ‘스페인 다음은 이탈리아’라는 불안감이 확산됨에 따라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전날보다 25bp(0.25%) 오른 6.03%를 기록했다. WSJ는 스페인 국채 금리가 위험 수준인 7% 마지노선에 근접했음을 강조한다.
스페인 은행 구제에 돈이 들어가지만 정부 부채 비율도 높아지는 것은 시장이 우려하는 대목의 하나다. WSJ는 이번 조치로 은행이 기력을 회복한다 하더라도 시장이 계속 스페인 국채를 사줄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11일(현지시간) 스페인 최대 은행 2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해 우려를 키웠다. 피치는 스페인 최대 국제은행인 방코 산탄데르와 방코 빌바오 비스카야 아르헨타리아(BBVA)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두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BBC 방송은 유로존 위기가 그동안 그리스 포르투갈 등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에서 일어났지만 스페인 이탈리아 등 덩치가 큰 나라로 번져가면서 역내 경제 회복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위기의 전염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도 하락했다. 유가는 11일 뉴욕시장에 이어 12일 아시아 시장에서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브렌트 유가는 장중 1% 폭락한 배럴당 96.62달러에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근본적인 유로존 위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IG마켓의 저스틴 하퍼는 “유로존 위기는 단기 조치 이상의 것을 요구하지만 지금 투자자들은 장기 대책이 아니라 정치 지도자들 사이의 내분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 위기 대책으로 제안된 은행동맹이나 유로본드 등의 방안이 겉돌고 있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한편 EU집행위원회는 스페인 구제금융 집행과 관련, 그리스와 아일랜드 등을 중심으로 긴축조건 없는 특혜라는 비난이 거세지자 EU와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이른바 ‘트로이카’의 감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