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경선 룰 갈등] 황우여 “경선 룰 논의기구 만들자”… 非朴에 회동 요청

입력 2012-06-12 21:50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을 위한 ‘룰의 전쟁’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친박근혜계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수용 불가, 수정 보완은 가능’이라는 입장에서, 비박 주자들은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황우여 대표가 12일 경선 룰 논의 기구를 만들기로 방침을 정하고 비박 주자들에게 회동을 공개 요청했다.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될지 주목된다.

◇한 발 물러선 친박=황 대표는 비박 주자들의 경선 룰 개정 요구에 일단 논의해보자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황영철 대표 비서실장은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선 룰과 관련해 모든 후보가 요구하는 사항을 논의하는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어떤 방안이 가장 합리적인지는 최고위원회의 논의 수순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가 생각하는 방안은 최고위가 직접 논의, 최고위 산하에 논의 기구 설치, 경선관리위 산하에 논의 기구 설치, 별도 기구 등 4가지이다. 황 비서실장은 “비박 주자들도 어떤 논의 기구가 더 적절한지 의견을 주면 좋겠다”면서 “회동 요청을 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친박계가 개정 논의를 위한 장(場)을 마련해주기는 했지만, 양측의 주장은 일단 평행선을 달릴 공산이 크다. 비박 주자들이 요구하는 100% 오픈프라이머리는 친박계로서는 받아들일 가능성이 별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 조준한 비박=비박 주자들의 공격이 경선 룰 개정이라는 틀에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직접 겨냥하는 쪽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 이 때문에 당 후보 확정 뒤에도 후유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대선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정몽준 전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1970년대 향수가 당에 엄습하고 있다”며 “한 사람의 권력욕심이 중도보수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박 전 위원장을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가 한 사람만 쳐다보고 있으니 당연하고 그다음도 뻔하다. 독선을 애국이라고 포장하는 위선과 가식의 실체는 본인들이 더 알지 않겠는가”라고 지도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재오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당권파(친박)의 속셈이 드러났다. 당을 이렇게 끌고 가는데 국민이 다시 정권을 맡길지 걱정”이라면서 “이렇게 해서는 본선(대선)에서 안심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사람 눈치를 보며 당명과 체제를 다 바꿨는데 왜 경선 룰을 예전 한나라당 시절 룰 그대로 갖고 가는가”라고 덧붙였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방송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가 ‘박심’(朴心·박근혜 의중)의 집행기구가 돼 있다. 박심을 살피고 박심대로 밀어붙이려면 경선이 왜 필요한가”라며 “이런 상태의 경선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사당화(私黨化)’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킨 것이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8월 런던 올림픽 기간에 경선을 치르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경선을 하면 본선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친박의 밀어붙이기식 경선 일정 진행을 겨냥했다. 다만 “의견이 다르다고 해 집안을 파탄 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명호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