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경선 룰 갈등] “5·16은 구국의 혁명” “새마을정신 함양하자”… 새누리, 웬 ‘박정희 찬가’
입력 2012-06-12 21:50
새누리당에서 연일 유신시대를 연상케 하는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쿠데타에 대해 ‘구국의 혁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새마을 정신을 함양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마을 정신과 새마을운동이 확산되도록 하는 데 정부가 좀더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은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부친인 박 전 대통령이 1970년 시작했다. 대구·경북(TK) 출신 친박 핵심인 이 원내대표는 “그동안 우리는 너무 물질적인 것만 강조해 왔다. 정신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사적인 현장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또 다른 친박계로 3성 장군 출신 한기호 의원은 전날 “(박 전 대통령의) 5·16쿠데타는 시간이 흐른 뒤 구국의 혁명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친박 인사들의 이 같은 언행이 지난달 말 박 전 위원장의 ‘국가관 검증’ 발언 이후 점점 증가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차기 대권 장악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 판단한 친박들이 충성경쟁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온다. 본격적인 대선국면을 앞두고 정책공약을 가다듬기보다는 박 전 위원장에게 ‘얼굴도장’만 찍으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당내 비박(非朴·비박근혜) 및 중립성향 의원들은 지나친 과거사 미화 발언이 결국은 당 전체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박 전 위원장뿐 아니라 당 이미지를 ‘독재 옹호세력’으로 덧칠해 대선국면에서 야권의 ‘민주 대 반(反)민주’ 구도 전략에 휘말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비박 의원은 “총선 이후 오로지 박심(朴心)만 바라보는 세력이 위세를 떨치는 것 같다. 당이 전체적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에서도 뭔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러다보니 4·11총선 전 비대위 체제에서 외부 비대위원과 쇄신파 의원들이 주도했던 경제민주화를 비롯한 ‘좌클릭’ 정책의 구체화 작업은 점점 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이날 라디오 출연과 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초청 강연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지 못하고 경제민주화를 하지 않는 세력은 결코 집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대위 시절 자신이 제안하고 박 전 위원장이 받아들였던 ‘경제민주화’에 당 지도부가 관심을 보이지 않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위원은 “시장경제 자체가 경제민주화라고 말하는 사람들(친박계)이 있던데 국민들이 이 말에 대해 뭐라고 느끼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집중 제기하고 있는 종북 성향 의원들의 사상 검증 문제에 대해서도 “이념논쟁은 오래 가지 못한다. 1인당 국민총생산 2만 달러가 넘는 나라가 그런 문제를 가지고 국가 존립이 흔들리거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