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고집 한국 세탁기호 ‘외톨이’… 中·日, ISO에 맞춰 기호 변경

입력 2012-06-12 18:55


중국과 일본이 옷에 붙이는 세탁취급표시 기호를 국제규격에 맞추기로 하면서 한국만 일본 기호를 약간 변형해서 쓰는 국가로 남게 됐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 세탁취급표시 기호를 2014년부터 일본공업규격(JIS)에 따른 기호에서 국제표준화기구(ISO) 기호로 바꾸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보도했다.

현행 22종류에서 41종류로 늘어날 뿐만 아니라 세탁 표시가 ‘세탁기’에서 ‘대야’ 그림으로 변하는 등 대폭 개정된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가맹국의 국내 규격을 국제 규격에 맞추라고 요구한 1995년 무역의 기술적 장애에 관한 협정(WTO/TBT 협정)을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중국을 의식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05년부터 JIS를 참고해 만든 자국의 기호를 버리고 ISO를 채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중국은 실제로 세탁기호를 ISO 기호로 바꿨다.

초조해진 일본은 한국과 손을 잡고 사용료 면제와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는 ‘자연건조’ 표시 추가를 요구하며 ISO와 장기간 교섭을 벌였다. 이에 ISO는 지난해 11월 한·일에 사용료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고, 올 4월에는 자연건조 기호를 추가한 새로운 ISO 기호를 발표했다.

일본이 재빨리 ISO 기호를 사용하기로 함에 따라 남은 주요 국가는 한국과 미국 등이다. 미국은 ISO와 비슷한 기호를 사용하고 있어 굳이 변경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 앞으로도 KS 기호(KSK 0021)를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담당 부처인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KS 마크가 JIS를 참고한 것이긴 하지만 1972년부터 40년간 국내 소비자들에게 익숙해졌다”며 “사용료를 내지 않게 됐다고 해서 굳이 바꿔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업계의 요구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연합뉴스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