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의 대선 개입에 의연하게 대처해야

입력 2012-06-12 18:16

북한이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이 그제 이명박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공개 질문장’을 낸 것이 신호탄이다. 조평통은 질문장을 통해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002년 방북 당시 친북 발언을 적지 않게 했으며,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가 북한에서 한 말을 공개하면 온 남측 사람들이 까무러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측의 전·현직 당국자들과 국회의원들이 평양 방문 때 한 발언들을 공개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북한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도 “박근혜가 평양에서 최상의 특전을 누렸다”며 박 전 위원장을 공격했다. 한마디로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패배하도록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다. 자신들이 초청해놓고 이제 와서 방북 당시 행적이나 발언을 들춰내겠다고 공갈을 때리고 있으니 이런 망종(亡種)이 또 있을까 싶다.

남북의 당국자나 지도급 인사들 사이에서 오간 비공개 대화는 끝까지 밝히지 않는 것이 관례다. 북한이 이를 무시한 채 협박하고 나선 데에는 종북 논란의 초점을 흐리려는 속셈도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에도 북쪽과 내적으로 연계를 가진 인물들이 수두룩한데 종북을 떠들 체면이 있는가”라는 질문장의 내용에서 분명히 읽을 수 있다. 방북 경험이 있는 보수 성향의 정치인들도 종북주의자들이라고 몰아세우면서 혼란을 부추겨 궁지에 몰린 국내 종북세력을 간접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남측 주요 인사들의 발언 녹취록을 편집해 공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까무러칠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로 인해 파장이 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 유화적인 정권이 남측에 들어서도록 해 경제적 도움을 받아보려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꼼수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북한에 대해 대선에 간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조평통과 똑같이 박 전 위원장을 비난했던 통합진보당은 침묵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도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