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다문화 국군

입력 2012-06-12 18:11

일반적으로 국가의 군대는 자국민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군대도 있다. 외인부대. 역사상 외국인으로 구성된 외인부대는 로마시대의 게르만 용병부대를 비롯해 적지 않게 있었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게 프랑스 외인부대다.

1831년 프랑스 왕 루이 필립이 창설한 이 부대는 당시 파리에 넘쳐나던 유럽 각국의 혁명분자, 망명객, 부랑자, 범죄자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려는 게 당초의 설립목적이었다. 골칫덩이들을 군대로 조직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프랑스를 위해 전쟁터(당시에는 알제리)에서 써먹는다는, 일석이조를 노린 것이었다.

이후 프랑스 외인부대는 숱한 식민지전쟁과 양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용명(勇名)을 날렸고 오늘날에는 ‘정예 중의 정예’로 꼽힌다. 처음에는 입대 자격을 외국인으로만 제한했으나 지금은 프랑스인도 입대가 허용되고 있다. 장교는 대부분 프랑스인. 하지만 여전히 외국인들이 대다수여서 국가 대신 부대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다. 부대 구호도 ‘Legio Patria Nostra(부대가 우리 조국이다)’다.

이런 외인부대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한 군대가 다인종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고구려군이 한 예. 숙적 중국에 비해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고구려는 주위의 말갈족, 거란족, 해(奚)족 등을 정복한 뒤 이들을 군대에 편입시켜 혼성부대를 만들거나 별동대를 구성했다. 예컨대 보장왕 때인 654년 거란족 일파가 당에 붙어 고구려를 괴롭히자 장수 안고(安固)를 시켜 고구려군과 말갈병을 이끌고 그들을 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렇게 보면 우리 국군이 ‘다문화군’으로 가는 것도 새삼스럽거나 새롭지 않다. 이미 고구려 때부터 있었던 일이니까. 엊그제 각각 일본인과 베트남인을 어머니로 둔 다문화가정 출신 부사관이 곧 탄생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창군 이래 처음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해 피부색 구분 없이 다문화가정 출신자의 현역 입대가 허용된 뒤 다문화가정 출신 병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현재 복무 중인 사병은 193명이지만 행정안전부 조사에 따르면 올해 징병검사 대상 다문화가정 출신자는 1165명, 2019년 3045명, 2028년에는 8000명이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만큼 다문화가정 출신 장교와 부사관도 더 많이 나오는 게 마땅하다. 국군은 국민의 군대다. 다문화가정 출신자도 당연히 국민으로서 국군의 일원이 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