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스타 볼넷머신 둔갑, 결국 2군행… 사직 마운드에 서면 쩔쩔매는 윤석민
입력 2012-06-11 19:22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투수가 있다. 몸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요인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이라고 한다. 1971년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스티브 블래스 투수가 1973년 특별한 이유없이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해 은퇴한 뒤 붙여진 용어다. 그는 당시 88이닝 동안 84개의 볼넷을 남발했었다.
한화의 바티스타가 이 증후군을 앓고 있다. 마무리로 뛰다 몇 차례의 블론세이브로 중간계투로 밀려난 그는 지난 6, 7일 대전 롯데전에서 1⅓이닝 동안 안타 없이 볼넷만 4개 내주며 자멸했다. 이어 9일 대전 넥센전 1-1이던 8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세 번째 투수로 등판했지만 첫 타자 강정호에게 볼넷을 내주고는 즉각 교체됐다. 이미 한대화 감독의 눈 밖에 난 것이다. 그는 지난해 27경기에서 3승 10세이브 평균자책점 2.02를 기록하며 최고의 외국인 마무리로 활약했지만 올 들어 1승 3패 7세이브 평균 자책점 6.43에 그치고 있다. 21이닝 동안 볼넷을 26개나 내준 제구력 난조가 문제였다. 결국 바티스타는 2군으로 내려갔다.
바티스타의 난조에 특별한 원인이 없다면 KIA 에이스 윤석민이 부산 사직구장만 가면 부진한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2010년 8월 15일 광주 롯데전에서 윤석민은 당시 타격·타점 선두를 달리던 롯데 홍성흔에게 왼손 골절상을 입혔다. 9일 뒤 사직구장 마운드에 오른 윤석민은 이번에는 조성환에게 몸쪽 승부를 하다 헬멧을 맞춰 가벼운 뇌진탕 증세를 유발했다. 윤석민이 급히 사과했지만 팬들의 분노는 식을 줄 몰랐다. 거센 비난에 직면한 윤석민은 이후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호소하며 20일 가량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최근 5년간 롯데와의 상대전적 8승5패3세이브, 평균자책점 2.72를 기록하고 있는 윤석민이지만 사직구장에서 만큼 15경기에 1승5패 2세이브로 부진했다. 지난 10일 9개월 만에 사직경기에 등판했지만 3회에 5안타와 볼넷 2개로 5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올들어 7, 8위에 처져 있는 KIA와 한화. 지난해 투수 4관왕 윤석민과 최고의 용병 마무리 바티스타가 부진을 훌훌 털고 일어나 마운드를 굳게 지켜주길 기다리고 있다.
서완석 국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