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골퍼 첫 LPGA 제패… 알고보니 ‘메이드 인 코리아’
입력 2012-06-11 19:21
‘중국의 박세리’ 펑샨샨(23)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것도 중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해서 더욱 화제다. 프로골프에서도 중국이 세계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셈이다.
펑샨샨은 1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의 로커스트힐 골프장(파72·6506야드)에서 막을 내린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총상금 250만 달러) 마지막 날 어렵게 세팅된 코스임에도 5언더파 67타를 몰아쳤다.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를 기록한 펑샨샨은 공동 2위 그룹을 2타차로 제치고 중국선수로는 LPGA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 37만5000달러를 보탠 펑샨샨은 상금 순위를 5위로 끌어 올리고 세계랭킹도 4위로 급상승했다.
1타차 단독 선두로 출발, 개인 통산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을 노렸던 지은희(26)는 타수를 줄이지 못해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미야자토 미카(일본) 등과 함께 공동 2위(4언더파 284타)로 대회를 마쳤다.
우승 직후 펑샨샨은 “어릴 때부터 잘 알고 지낸 청야니(대만)를 조금 따라 잡은 것 같아 기쁘다”면서 “중국의 유소년 골퍼들이 나를 모델로 삼아 LPGA에 많이 진출했으면 좋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10세 때부터 골프를 시작한 펑샨샨은 일본투어 3차례, 유럽투어에서 한차례 우승했지만 미국무대서는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3주전 일본 투어인 요넥스 레이디스 골프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펑샨샨이 우승하기까지는 한국기업의 뒷받침이 절대적이었다. 중국시장 진출을 노린 코오롱이 2008년 막 LPGA에 데뷔했던 그의 잠재력을 보고 후원하기 시작했다. 펑샨샨은 그때부터 머리부터 발끝까지 코오롱 브랜드로 치장했고 2010년부터는 골프클럽도 국산 ‘엘로드’로 바꿨다. LPGA투어 대회에서 순수 국산브랜드로 우승한 것도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코오롱은 펑샨샨 외에 펑스민, 황핑 등 다른 중국선수들도 후원하고 있다.
중국은 2016년 올림픽에 골프가 정식 종목이 된 것을 계기로 국가대표팀을 집중육성하고 있다. 골프인구는 500만명 정도이나 펑샨샨 같은 선수가 계속 성적을 내면 조만간 세계골프계의 한 축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잭 니클라우스(72·미국)는 지난 2월 미국프로골프(PGA)가 주관한 한 토론회에서 “10년후 쯤에는 골프 세계랭킹 톱10에 중국 선수 5명이 들 것이다. 지금 추세라면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펑샨샨이 이제 그 첫 단추를 꿴 셈이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