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도우미, 아파트 택배, 골목문화해설사… ‘실버 일자리’로 자리 잡았다

입력 2012-06-11 19:06


서울 중랑구에 사는 방임순(가명·80) 할머니는 학교급식도우미로 초등학교 저학년의 급식과 배식을 돕는다. 집이 있지만 33㎡에 지나지 않고 햇빛도 잘 들지 않는다. 그곳에서 취직 못한 손자와 함께 산다. 관절염도 심했고 우울증도 있었다. 그런데 급식도우미를 하면서 우울증이 사라졌다. 방 할머니와 같은 급식도우미는 전국적으로 1만7000여명에 달한다.

배경덕(가명·74) 할아버지는 지난 3월부터 한 달에 50만원 정도를 번다. 아파트단지 내 택배 일을 하고 있다. 류머티즘 탓에 거동이 불편했으나 일을 하고부터 씻은 듯이 나았다. 배 할아버지는 부산 기장군 시니어클럽 소속 ‘OK7080아파트택배’ 팀원이다. 27명이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단지 내에서 각 가정으로 들어가는 600여개의 물량을 책임진다. 4대 보험도 적용된다.

보건복지부가 12일 서울여성프라자 국제회의장에서 ‘2011년 노인일자리사업 평가대회’를 열고 지난해 추진된 노인일자리사업 5014개 가운데 우수 프로그램 97개에 대해 장관상을 수여한다고 11일 밝혔다.

방 할머니가 속한 중랑노인종합복지관은 공익형 대상을 받는다. 배 할아버지가 있는 기장시니어클럽은 시장형 대상을 수상한다. 이번 평가에서는 초등학교 급식도우미, 아파트 택배, 지역사회 문화해설, 독거노인 세탁지원처럼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자리가 우수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골목문화해설사업, 신문배포사업도 포함됐다. 우수자치단체로는 광주, 울산, 제주도가 선정됐다.

노인일자리사업은 정서적 안정과 활력을 주고 소득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참여 노인은 1인당 의료비가 연간 18만원 절감되고, 저소득 노인층 중 최저생계비 이하 빈곤노인에서도 벗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노인의 4고(苦)로 불리는 경제, 건강, 역할상실, 고독·소외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평이다.

복지부는 지자체와 위탁계약 체결을 늘려 시장형 노인일자리 개발을 더욱 지원할 방침이다. 택배, 재활용품 수집, 자원재활용, 보육, 세탁 사업 등이 수익성이 높다고 보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에 인센티브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현재 노인일자리 사업은 공익형, 교육형, 복지형, 시장형, 인력 파견형으로 나뉘며 2011년 기준 1500억여원 예산으로 20만개 일자리가 제공된다.

이소정 남서울대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일자리 참여 노인은 비참여 노인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고 친구, 이웃과의 접촉빈도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