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농협금융지주… 낙하산 인사 논란·노사 갈등 격화

입력 2012-06-11 21:50


올해 3월 자산 240조원의 국내 5위 금융지주로 새롭게 출발한 농협금융지주가 지난 9일 출범 100일을 맞았지만 안팎의 상황은 잔칫집과 거리가 멀다. 회장과 이사회 의장이 잇따라 교체될 전망이고 농협노조는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등 농협금융지주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농협 노조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농협에도 농림수산식품부 출신 낙하산 인사 5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농협노조는 이어 “정부가 농협을 관치화한 뒤 관료 출신 퇴물들의 대규모 낙하산 인사가 연이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다 예측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농협노조의 반발은 탄생한 지 100일이 갓 지난 농협금융지주의 파행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금융지주의 행보가 삐걱대기 시작한 것은 농협중앙회와 농식품부가 맺은 농협 사업구조개편 이행약정서(MOU) 때문이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3월 신용(금융)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면서 부족한 자본금 5조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대신 농식품부와 MOU를 체결했다. 농식품부는 MOU에 따라 경영효율화와 부문별 독립사업부제 강화, 자체자본 확충 등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문제는 경영효율화 조항이 사실상 인력조정과 인건비 적정화 부분을 포괄하고 있다고 노조가 반발하면서 불거졌다. 노조는 지난달 30일 쟁의행위 조합원 찬반투표 끝에 96.1%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 안건을 가결시켰다.

정부도 강경하다. 농협에 국민 세금을 지원하는 만큼 경영개선 이행각서 체결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5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행약정서를 취소하거나 보류하면 농협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다”며 총파업을 추진하고 있는 노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서 장관은 이어 “농협의 주인은 농민이기 때문에 파업으로 농협이 잘못되면 농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농협의 내홍도 심각한 수준이다. 신충식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7일 “조직이 어느 정도 안정된 만큼 은행장직만 맡고 회장직은 내놓겠다”며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농협노조와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차기 금융지주 회장 낙하산 인사 임용을 위해 신 회장의 자진사퇴를 몰고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인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과 이장영 한국금융연수원장은 겸직 논란으로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이사회 기능 상실도 우려되고 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