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학생들의 눈물겨운 등교 투쟁… 탈레반, 독극물·방화 테러로 수백명 입원
입력 2012-06-11 18:46
아프가니스탄의 학생들은 배우기 위해 생명의 위협을 무릅써야 한다. 탈레반이 독극물과 독가스를 학교에 살포하는 위험 속에 아프간의 학생들은 스스로를 지키며 눈물겨운 ‘등교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수도 카불의 하비비아 고등학교 정문 앞. 교복을 입은 두 명의 학생이 방문자들의 몸을 수색하고 있다. 또 다른 두 명은 책상에 앉아서 방문객들의 이름을 기록한다. 또 이 학교 6명의 학생과 교사는 매일 학교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압둘 파타(16)는 “만약 공격이 있다면 제일 먼저 다치는 사람은 바로 우리가 되겠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아프간에서는 1996∼2001년의 탈레반 통치시절을 연상시키는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아프간 전역에서 주로 여학생을 가르치는 학교를 대상으로 방화와 독극물 테러가 일어나 수백 명의 학생들이 병원에 입원해 비상이 걸렸다.
통신에 따르면 그동안 11개 지방의 약 550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남쪽 지방 헬만드 지역의 경우 336개 학교 중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또 지난주 남동부 파티카에서는 학생들이 등교하면 학생과 교사를 다치게 하겠다고 경고하는 익명의 편지가 배달되기도 했다.
북쪽 타카 지방은 지난 두 달 동안 여학교에서 4건의 독극물 공격이 있었다.
이 지역 여학생들은 5∼10명씩 그룹을 지어서 등교한다. 어떤 학생들은 다른 사람이 독을 탔을까봐 물을 마시지 않는다. 하미다(19세)는 “우리는 매일 두려움에 떨고 있다. 어떤 때는 공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냥 집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아프간국가안전위원회는 “탈레반이 어린이들을 시켜서 동료학생들이 먹는 물탱크에 독극물을 넣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타카 지방에서 15명이 체포됐다. 그중 두 명의 여학생이 물탱크에 독극물을 타는 일을 해주는 대가로 5만 아프카니스(1000달러)를 받았다고 정보당국은 밝혔다. 그중 한 명인 시마 굴(12학년)은 “탈레반 친척으로부터 독약을 살포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위협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개입한 것을 부정했다. 탈레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은 “우리는 교육을 반대하지 않는다. 단지 아프간의 민족 자주권을 반대하는 반이슬람적 교육을 하는 학교를 반대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폐교로 인해 아프간에서 약 20만명의 학생이 배울 기회를 잃었다. 거의 대부분이 여학생이다. 2014년 미국군과 나토군이 아프간을 떠난 후 여성의 인권이 과거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