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불교·무슬림 유혈충돌… 가옥 500채 불타고 7명 사망

입력 2012-06-11 18:46

미얀마 정부는 10일 불교도와 무슬림 간 종교 유혈분쟁으로 사상자가 발생한 서부 라카인주(州) 일원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현지 관리와 언론이 전했다.

불교도와 무슬림의 분쟁은 수십 년 동안의 군사통치를 끝내고 지난해 출범한 미얀마 민간정부의 개혁 행보를 위협하고 있다.

국영TV는 지난 8∼9일 라카인주에서 일어난 폭동으로 수백 채의 불교도 주민 가옥이 불타고 7명이 목숨을 잃은 데다 추가 소요가 우려돼 테인 세인 대통령이 이날 라카인주에 비상사태를 발령하는 명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라카인주에 내려진 비상사태는 주민의 안전과 안정을 즉각 찾아주기 위한 것으로,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계속된다고 국영TV는 전했다.

비상사태 선포는 정치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세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자칫 군부가 개입할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영TV는 라카인주에서 소요와 테러가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목격자는 이날 라카인족 남자가 흉기에 찔리고 가옥에 불을 지르려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앞서 8일 라카인주에서 적어도 4명의 불교도가 피살당한 것을 계기로 폭동이 발생해 7명의 사망자 외에도 17명이 부상하고 거의 500채의 가옥이 파괴됐다.

라카인주는 불교도 주민이 압도적 다수를 이루지만 유엔이 전 세계에서 가장 박해당하는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로 지목한 무국적의 로힝야족을 비롯한 여러 무슬림의 집단 거주지이기도 하다.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을 자국의 소수민족으로 간주하지 않고 외국인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미얀마 주민 대부분도 로힝야족을 불법 이주민으로 보고 적대시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강간사건의 가해자들이 버스에 타고 있다고 오해한 성난 불교도 주민이 10명의 무슬림 승객을 때려 살해하기도 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중국계인 미얀마의 무슬림은 전체인구 약 6000만명 중 4%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