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구제금융 이후] 그리스·아일랜드 “우리도 지원조건 바꿔라” 재협상 촉구
입력 2012-06-11 18:47
스페인이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에 비해 지나치게 좋은 조건으로 유럽연합(EU)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게 되자 형평성 논란이 거세다. 당장 그리스 아일랜드에서는 정부와 정당을 중심으로 구제금융 재협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스페인, 무엇이 다르기에=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10일(현지시간)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전날 결정한 구제금융 조건과 관련 ‘우리의 승리’라는 표현을 써가며 자화자찬했다.
실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네 번째 구제금융 국가가 된 스페인이 최대 1000억 유로(147조원)까지 받기로 한 돈의 성격이나 조건은 많은 점에서 이전과 차이가 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 보도했다. 스페인에 대한 수혈은 정부 지원이 아니라 부실은행들의 자본재확충에 쓰인다. 스페인 위기가 정부 부채 위기가 아니라 거품경제 때의 과잉 부동산 대출로 악성 채권에 물린 은행 문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고강도 긴축 등의 지원 조건이 붙지 않은 점은 EU 구제금융 규정이 달라져 혜택을 받은 측면이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로존의 구제금융 실탄창고인 4400억 유로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서 쓸 수 있는 무기는 ‘전면적 구제금융’ 방식이 유일했다.
하지만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압력에 독일이 동의하면서 용도를 은행의 재자본화 등으로 다양화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이 돈도 은행에 투입되기 전 스페인 정부 회계를 거쳐야 하지만,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에서처럼 혹독한 재정긴축 조건 등은 따라붙지 않는다. 올 7월 발효 예정인 5000억 유로의 유럽안정기금(ESM)에서 스페인 구제금융이 지원될 가능성도 있다.
◇그리스·아일랜드 “우리도 바꾸자”=그리스에서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총선을 1주일 앞두고 정당별로 이번 이슈를 선거전에 아전인수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마켓 워치가 10일 보도했다. 1차 선거에서 1위를 했으나 인기는 추락했던 신민당은 “스페인의 협상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하지 않고 잔류해 재협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2차 총선에서 2위로 급부상했던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그리스가 번영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혹독한 구제금융 조건을 전면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당과 연정을 구성하며 권력을 과점해 왔던, 1차 선거 3위 사회당은 구제금융 조건 재검토를 위해 17일 총선 이후 거국내각 구성을 제안했다.
AFP 통신은 역시 은행 위기로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가 스페인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구제금융 조건을 재협상하기를 원한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