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구제금융 이후] 그리스→스페인→다음은 이탈리아?

입력 2012-06-11 18:46

‘그리스 다음은 스페인, 스페인 다음은?’

이 질문에 금융시장은 주저 없이 유로존 3위 경제대국 이탈리아라고 답한다.

스페인이 구제금융으로 일단 한숨을 돌리기 무섭게 시장은 왜 이탈리아를 그 다음 대상이라고 ‘불편한 진실’을 말하고 있을까.

1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객관적인 경제지표만 보면 이탈리아는 스페인보다 훨씬 양호한 상황이다. 4월 실업률은 유로존 최고치인 스페인(24.3%)의 절반도 안 되는 10.2%인데다 스페인처럼 부동산 거품 부작용도 없다. 재정적자 규모도 지난해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3.9%로 역시 스페인의 절반 미만이다.

문제는 이탈리아가 짊어진 2조 유로가 넘는 빚의 총량이 스페인의 2배나 될 정도로 절대적으로 커 차입 부담이 발목을 잡는 최대 요인이다. 이탈리아 유력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페데리코 푸비니 칼럼니스트는 10일자 칼럼에서 “이제 이탈리아가 유로 위기국 가운데 유일하게 구제를 신청하지 않은 나라”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이탈리아 신용등급 전망을 언급할 때마다 지적해온 단골 메뉴도 부채 감당 여부였다. 실제로 무디스는 지난 9일(현지시간) 스페인의 구제금융 방침이 결정되자 은행 관련 보고서를 통해 스페인 은행의 문제가 이탈리아로의 주요 전염 근원지라고 경고했다.

이탈리아도 지난 몇 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바람에 스페인처럼 국채를 주로 자국 은행이 매입해온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스페인 국채 수익률이 폭등하면 이탈리아 수익률도 덩달아 오른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다. 스페인 구제로 이탈리아를 지원할 여력이 부족한 점도 경고됐다.

브뤼셀 소재 유럽정책연구센터(CEPS)의 대니얼 그로스 소장은 라 스탐파 회견에서 “스페인을 구제하면 이탈리아를 도울 여력이 없게 된다”면서 “상황이 악화되면 (이탈리아가) 스스로 구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블룸버그 통신에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하겠지만 그리스 다음이 스페인, 스페인 다음이 이탈리아라고 걱정하는 투자자들 대부분이 국채를 투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의 대대적인 개혁과 긴축 노선, 증세에 대한 국민 저항이 거센 점을 AFP 통신은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