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첫 다문화가정 출신 부사관 곧 탄생… 일본인·베트남인 어머니 둔 후보생 2명

입력 2012-06-11 19:16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의 군 간부가 되겠습니다.”

한국군 사상 다문화가정 출신의 첫 부사관 탄생을 앞두고 있는 한기엽(21), 배준형(22) 부사관 후보생은 11일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현재 다문화가정 출신 병사들은 육군 179명, 공군 9명, 해병대 5명 등이 복무하고 있지만 장교나 부사관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다문화가정 출신 부사관 후보생 2명이 현재 육군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있다”며 “다음달 4일 훈련을 수료한 뒤 부사관학교에서 12주간 부사관 양성교육을 마치면 육군 하사로 임관된다”고 밝혔다.

어머니가 일본인인 한 후보생은 지게차와 굴착기 등 중장비 관련 자격증 6개를 비롯해 자동차 정비, 컴퓨터 기사 등 모두 8개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특성화고를 다닌 한 후보생은 “평소 선생님께서 학교 다닐 때 스펙을 쌓아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그대로 따랐다”며 “자격증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국가를 위해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했다”고 입대 이유를 밝혔다.

베트남인 새 어머니가 키운 배 후보생은 “어릴 때 TV 드라마에 나오는 군인을 보며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며 “커서 꼭 군인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는데 꿈을 이룰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훈련소에 입소한 첫 주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지금은 익숙해졌다”며 “평소 운동을 좋아해서인지 훈련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고 말했다. 배 후보생 아버지는 베트남 여성과 재혼했다.

이들은 훈련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어 조교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하다. 한 조교는 “워낙 열심이어서 두 사람은 임관하면 훌륭한 부사관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둘은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한 후보생은 “첫 월급을 타면 어머니께 모두 드리겠다”면서 “어머니가 고향을 다녀오시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 후보생도 “같은 마음”이라며 “어머니 비행기 삯으로 드리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