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이어 전두환, 5·16까지… 정치권 ‘과거로 후진’?
입력 2012-06-11 18:40
과거사 논쟁에 빠진 여야, 민생은 언제…
민생 문제를 본격 논의해야 할 19대 국회가 시작됐음에도 정치권은 자꾸 과거로만 회귀하는 모양새다. 일부 국회의원의 종북 성향을 놓고 논란을 벌이던 여야가 이제는 1980년대 전두환 정부와 60년대 ‘5·16 쿠데타’, 박정희 전 대통령 경력까지 들먹이며 ‘과거사 논쟁’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 당이 막말도 불사하며 상대방의 역사관과 정체성을 트집 잡자 “산적한 현안은 놔둔 채 ‘발목잡기’에만 너무 혈안이 돼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은 11일 라디오에 출연해 “5·16은 현행 법 상으로는 쿠데타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구국의 혁명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3성 장군 출신인 한 의원은 “역사적인 사건을 현재 시점에서 정의하는 것은 문제다. 아직 역사에 의해 증명되는 것은 좀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육사 사열에 대한 비판 여론에도 “전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가 98년 복권시켜주지 않았나”면서 “야당이 이를 육사생도들에게 쿠데타를 부추긴 행위라고 하는데 오히려 민주당이 육사 명예를 훼손했다”고 했다.
반면 같은 당 이정현 최고위원은 “육사가 신중하지 못했고, 전 전 대통령 행위도 좀 부적절했다”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간첩 출신도 국회의원이 되려고 한다”는 자신의 발언을 다시 꺼내며 일부 정치인의 종북 성향을 계속 문제 삼았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나와 “간첩출신이 누구인지 차츰차츰 밝혀질 것이다. 당연히 실체가 있다. 실체도 없이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여당이 과거사 문제에 집착하자 야당도 일제히 맞대응에 들어갔다.
민주통합당 강기정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전 대통령의 육사생도 사열은) 유신독재와 5공 세력의 복권과 부활, 박근혜 대세론과 함께 생겨난 그림자”라면서 “내란죄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다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던 전 전 대통령의 사열은 국가기강 문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부정”이라고 맹비난했다. 강 최고위원은 이어 “문제는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는 등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 데 있다. 우선 색깔론 공세가 그렇고 강창희 국회의장 내정이 그렇고 김용환 고문 등 7인회를 통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가 그렇다”면서 “민주당이 이런 역사 되돌리기를 반드시 막아야 할 책무가 있다”고 했다.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를 주재하면서 “전 전 대통령은 정권 탈취를 위해 국군을 양민학살에 동원한 학살자”라면서 “그런 자를 육사에 초청해 생도들의 경례를 받게 한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이자 육사생도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이어 “전 전 대통령을 초청한 국방부 장관과 육사교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같은 당 노회찬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새누리당이 그런(종북 공세를) 얘기 할 자격이 없다. 종북으로 따지면 새누리당이 모시고 있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로당 핵심 당원이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노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은) 49년 군에서 파면되기도 했던 사람 아닌가. 원조 종북이라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고 덧붙였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