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경호] 발생주의 회계방식 성공하려면

입력 2012-06-11 18:38


기획재정부는 올해 최초로 국가재무제표가 포함된 ‘2011년도 국가결산보고서’를 감사원 결산 검사를 거쳐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중앙정부가 발생주의 회계방식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5번째이다. 국가재무제표는 정부 자산, 부채, 순자산의 내역을 담은 재정상태표, 조세수익 등 정부의 수익 및 정부가 수행하는 프로그램의 원가를 보여주는 재정운영표와 순자산변동표로 구성되는데 다음과 같은 점에서 유용하다.

첫째, 재정 위험 및 건전성 요인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정부의 건전한 재정 관리를 유도할 수 있다.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하려면 재정에 대한 장기적 관리가 가능하도록 현 상황과 미래 예측에 필요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종전의 예산회계만 가지고는 재정의 장기적 전망을 할 수 없었고 국채와 차입금 같은 확정된 채무만 정부의 채무관리 대상이었다. 하지만 국가재무제표는 공무원과 군인에 대한 연금충당부채와 미지급비용 등 발생주의 부채를 포함한 정보를 제공한다. 미래의 재정 부담을 초래하는 항목을 포함해 국가부채 정보가 제공된다면 정부는 재정위기 가능성에 대응하고, 중장기 전망에 따라 재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둘째, 발생주의 회계에 따른 결산 결과를 기초로 재정 통계를 작성하는 국제적 추세에 부합하는 자료를 산출할 수 있다. 셋째, 재무제표 작성을 위해 도로 댐 교량 등 사회기반시설을 포함한 자산실사가 실행됐는데 그동안 누락되거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던 자산이 파악되기도 했다. 국가회계기준에 따라 적절히 재무제표를 작성하기 위해서 향후 더욱 철저한 국가 자산의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과중심의 책임행정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행정 성과의 올바른 평가는 사업별 원가와 사업의 산출물을 같이 비교할 때 가능한데 종전의 세입·세출 결산은 단순히 현금지출 기록만 관리하고 있어 사업별 원가를 계산할 수 없었다. 이제 중앙관서별·프로그램별 원가계산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정부 사업에 대한 성과평가의 기반을 마련하고 성과 중심의 재정운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회와 정부 책임자들은 국가재무제표 정보를 충분히 이해하고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가재무제표 정보는 각 정당과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복지 약속을 이행하기에 충분한 재정 능력이 있는지도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많은 기대를 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발생주의 회계를 10년 전에 도입한 선진국도 아직까지 성과관리제도 등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다. 이제 첫 단추를 끼운 만큼 지속적인 개선과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가 인내심을 가지고 제도개선 노력을 추구한다면 향후 재정제도와 성과관리제도에 긍정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호 홍익대 교수 국가회계제도 심의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