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 산업역군들의 분투에 경의 표한다
입력 2012-06-11 18:36
남미 페루에 수출시장 개척을 떠났던 우리 건설전문가 8명이 헬기 사고로 숨졌다. 이번 사고는 우리가 구가하는 경제 발전의 바탕에 이들의 고귀한 희생이 녹아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해주고 있다.
지난 6일 페루 고산지대에서 발생한 헬기 사고 탑승자 시신이 10일에야 모두 수습됐다. 이들 가운데 8명은 1조8000억원 규모의 수력발전소 건설 타당성을 조사하기 위해 후보지를 돌아보고 오던 우리 근로자였다. 모두 한국수자원공사와 삼성물산 등의 수자원 및 토목 분야 최고 전문가들로 위험을 알면서도 직접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실력이나 열정에서 발군이었던 인재들을 잃은 것은 해당 기업뿐 아니라 국가로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해발 5000m의 눈 쌓인 험악한 바위산 현장을 찍은 사진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것은 비단 유족들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 산업 전사들이 몸을 내던지는 해외 전장이 이리 살벌한 곳이었던가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계가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는 우리 경제 발전은 실상 이런 이들의 치열한 싸움 덕에 가능했다. 1960년대 서독 광부와 간호사들, 70년대 중동 건설근로자들이 흘린 피땀이 대한민국 경제의 초석이 됐다. 이후에도 오지의 사고 위험이나 테러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은 시장 개척이 지구촌 곳곳에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납치와 억류 사고가 잇따랐고, 인명이 희생되기도 했다. 리비아 내전이 격화된 지난해에는 현지 진출 업체 직원들이 정부의 철수 권고에도 현장을 지키는 눈물겨운 투혼을 보여줬다.
해외를 발로 뛰는 이들은 작게는 가족과 회사를 위해 일하지만 크게는 우리 국가와 민족, 인류를 위해 봉사하고 있는 셈이다. 해외 진출 기업은 물론 정부도 이들이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이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 페루 희생자들의 영면을 기원하며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지금도 해외 경제 현장에서 분투하는 산업 역군들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