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가 활용 가능한 의료기기 법으로 인정해 달라”
입력 2012-06-11 17:45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한의약 정책 개선 방향’ 주제 토론회
국민일보 쿠키미디어는 지난달 29일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한의약 정책 개선 방향’을 주제로 일곱 번째 ‘고품격 건강사회 만들기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해 7월 한의약육성법 개정 이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의약으로 도약하기 위한 실천 과제를 짚어보고 이를 통해 한의약의 과학화와 세계화를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지난해 7월 개정된 한의약육성법은 무엇이며 이전과 달라진 점은.
◆김유겸=한의약육성법의 목적은 한의약 육성의 기본 방향을 정하고 한의약 육성기반을 조성하는 데 있다. 또 한의약 기술 연구개발 촉진에 필요한 사항을 정해 국민건강증진과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자는 취지도 포함됐다. 세부적으로 한방산업단지 조성, 각 지자체별 한의약 육성 지원사업 확대, 한의약 육성 5개년 발전 계획 등이 담겨 있다.
◆조재국=정부차원에서 한의약 부문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하고, 정부가 앞장서 한의약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전 세계적으로 전통의약부문의 수요가 늘고 관련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정부의 한의약 육성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허윤정=한의약육성법 개정 이후 법 집행을 실효성 있게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예산과 정책 집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 살펴야 한다. 국가 전체 의료정책과 한의약육성법이 얼마나 조화롭게 함께 갈 것인지, 한의약 육성방안이 전체 의료정책에 어느 정도의 시너지효과를 줄 수 있을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현재 한의약육성법 개정 이후 실효성 있는 정부의 정책 지원이 부족하다.
◆한동하=한의약육성법에 따라 전체 의료계가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하지만 아직은 미흡한 점이 많다. 한의사들이 여전히 소외받는 것이 현실이다. 개정 이전 법에 따른 한의약의 정의는 ‘우리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온 한의학을 기초로 한 의료행위’다. 개정된 한의약육성법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응용 개발한 한방 의료행위’로 범위가 넓어졌다. 하지만 개정 이후에도 한의사들의 의료행위 범위 확대나 적용이 종전과 달라진 점이 없다.
-한의약육성법 개정에 따른 제도개선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김유겸=한의약육성법 개정 전과 후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의사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한의약의 과학화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한의약육성법도 활성화 될 수 있다. 학술적 근거를 축적해 제시한다면 정부도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 등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
◆한동하=한의약육성법 개정 이후 법적, 제도적 후속조치가 전무하다. 정부에서 한의사들에게 의료기기를 사용하려면 객관적인 지표와 과학적 연구 근거를 달라고 하는데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자체가 제한된 상황에서 어떻게 과학적 연구결과를 제시할 수 있나. 한의사들이 전체 의료기기 모두를 사용하겠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한의사들이 학문적으로 과학적으로 뒷받침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활용 가능한 의료기기가 있다면 정부가 이를 법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조재국=논란이 되고 있는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현대과학을 우리가 어떻게 응용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개발된 과학적 방법들을 한의계는 사용할 수 없다는 시각은 잘못됐다. 현대과학의 산물을 한의약에 접목시켜 다양한 한의약 의료기술 개발 성과를 만들고 이를 국민건강에 활용하는 것이 한의약육성법 개정에 명시된 ‘과학적으로 응용 개발한 한방의료’의 뜻을 정확히 담는 것이다.
◆허윤정=한의약육성법 개정은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어떠한 방식의 논의와 해결 방안이 적정한가를 국회가 판단한 것이다. ‘국민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현실을 반영하고 미래지향적인 논의를 하자’는 뜻을 반영해 의료계와 한의계의 여러 논란들을 해소하자는 것이 한의약육성법의 취지다. 따라서 향후 제도개선방향도 이러한 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민건강을 위해 보다 안전하고 과학적인 기술이 얼마나 더 잘 연계되고 융합하는 과정을 거칠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현행법상 한의사는 의료기사에 대한 지도권이 없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불법인가.
◆김유겸=의료기사법의 의미는 특정 의료기기의 사용에 있어 의사보다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의 행위가 정확성을 기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의료인의 의료기사에 대한 지도권과 의료인의 의료기기 사용권은 다른 문제다.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의료기사 지도권은 무관하다. 의료기사에 대한 지도권이 없다고 의료기기 사용이 불법은 아니다.
◆한동하=의료기사 지도권과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이 별개라면 지금이라도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주기 바란다. 추후 법적인 정비를 통해 한의사들에게도 의료기사 지도권을 부여해야 한다.
◆조재국=의료기기 이슈와 관련해 너무 한방과 양방으로 나눠 투쟁적으로 분쟁할 필요는 없다. 최근 분자생물학, 뇌신경과학, 의료공학 등 기초과학, 응용과학의 발전 속도가 엄청나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 발전이 한의계와는 잘 접목이 안 되고 있다. 결국 의료기기 발전과 함께 한의학이 어떻게 한 단계 더 발전하느냐를 살펴야 한다. 수요자, 한의계, 과학계 등이 상생할 수 있는 조금 더 발전된 한의학의 미래가 필요하다.
-한약 제제들에 대한 보험급여와 한의사가 개발한 천연물 신약의 급여문제는.
◆김유겸=현재 단미엑스산제 68종, 혼합 56종의 처방약이 보험으로 적용된다. 현재 한의약 제제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나눠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관리한다. 천연물 신약의 경우 지난해 207종이 관리 대상이었다. 천연물 신약에 대해 한의사들의 처방이 가능할지 검토 중이다.
◆한동하=그동안 새로운 약제에 대한 원천적인 보험급여 등재 불가와 약가 인상 미반영 등이 한약제약회사의 의욕상실과 한의약시장의 영세성을 불러왔다. 또 보험 한약제제 처방 및 제형의 선택 폭이 적어 환자의 한방의료 서비스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보험급여대상 단미제 및 기준처방을 확대하고 과립제, 시럽제, 액제 등 다양한 제형의 한약제제 보험급여 확대(복합제제 급여)로 환자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한방의료의 보험적용 확대와 보장성 강화를 위한 방안은.
◆김유겸=연간 60∼70억원 정도를 정부에서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가 조금씩 나타날 것이다. 연구개발 성과가 좋을 경우 상품화가 되고 투자가 늘 것이다. 이를 위해 한의계의 과학적 규명이나 상품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도 성과를 근거로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허윤정=연구개발 투자는 보통 20년은 지나야 첫 결실이 나온다. 한의계는 아직 본격적인 결실을 보지 못한 잠재된 큰 보물이 있는 분야다. 보물을 잘 관리하고 운영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제도화됐을 때 발목을 잡지 않을 ‘안전 이슈’나 여러 가지 이유에 대한 준비된 기반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상당히 미흡하다.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해 한방을 포함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김유겸=한방만성질환관리제도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복지부도 문제제기를 받아 들여 테스크포스팀(TFT)을 구성했다. 임상근거연구 및 제도를 위해 3000만원의 연구자금을 확보했다.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동하=한방의 만성질환관리제도 포함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한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건강보험 적용 치료가 확대돼야 한다. 현재 물리치료, 침치료 일부에만 적용되는데 만성질환관리제도가 도입되면 보험 적용을 넓혀야 한다.
-한의계와 의료계가 대립이 아닌 협력의 길로 가기 위한 길은.
◆조재국=대표적인 게 양방 협진 분야다. 정부 차원의 양한방 협진에 대한 지원과 발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 다음으로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이 결합된 새로운 차원의 한의학의 발전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한동하=협력이란 단어를 사용할 수 있으려면 입장과 힘이 동등해야 한다. 동등한 입장이란 법적·제도적으로 평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의미다. 한의계는 의료계와의 협력을 통해 대한민국 의료를 발전시킬 준비가 돼 있다.
정리=송병기 쿠키건강 기자 songbk@kukimedia.co.kr
◇ 일시: 2012년 5월 29일 14:00
◇ 참석자
김유겸 (복지부 한의약정책과장)
조재국 (한의학정책연구원장)
한동하 (한의사협회 의무이사)
허윤정 (아주대 교수)
◇ 진행
김민희 쿠키건강TV 아나운서
◇ 방송
6월 12일 15:00∼16:20 쿠키건강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