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L 치료 권위자 서울성모병원 김동욱 교수 “CML, 표적항암제로 치료 가능하다, Yes”
입력 2012-06-11 17:33
#백혈병은 인구 10만명 당 5명 정도로 발병 빈도는 낮지만 발병하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따라서 백혈병하면 갑갑한 암 병동에서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창백한 환자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만성골수성백혈병(CML, Chronic Myeloid Leukemia)은 급성백혈병과 달리 초기 진단 후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고 관리하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만성골수성백혈병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CML 치료 권위자로 인정받는 김동욱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서울성모병원 가톨릭암병원 연구부장)와 CML 치료를 받고 있는 박세훈(30·가명)씨를 만났다.
◇표적항암제로 치료·관리 가능한 만성골수성백혈병= 김동욱 교수는 “출혈 등의 증상이 있는 급성과 달리 만성의 경우 서서히 진행돼 환자가 인지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피로나 체중감소, 땀을 흘리는 정도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건강검진 시 발견되거나 우연히 다른 질병을 진단하다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CML은 2001년 표적항암제가 출시된 이후 정상생활이 가능한 ‘관리할 수 있는 질환’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생존 가능성도 크게 늘었다. 김 교수는 “표적항암제로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중요하다”면서 “표적항암제는 환자 치료 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암세포만 찾아 공격해야 하며, 경구복용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먹는 표적항암제의 대표 주자는 2001년 출시된 ‘글리벡’이다. 하지만 결합부위의 구조적 이상으로 내성이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개발된 것이 2세대 표적항암제다. 김 교수는 “스프라이셀이나 슈펙트 등 2세대 표적항암제는 환자들에게 ‘항암제는 효과가 좋을 경우 부작용도 그만큼 크다’는 인식을 불식시켰다”며 “신약의 경우 부작용이 적고 효과도 좋아 현재 환자 4명 중 1명은 이들 신약을 임상시험을 통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2세대 표적항암 신약의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다는 연구결과들이 다수의 국제적 저널을 통해 입증된 이상, 글리벡은 더 이상 효용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정부 신약에 관심 갖고, 환자들 여유로운 마음으로 치료 임해야= 글리벡 치료 후 내성으로 상태가 극도로 좋지 않았던 박세훈씨는 지난해 말 김동욱 교수를 찾았다. 박씨는 “처음 김 교수님을 만났을 때는 내성으로 삶의 희망마저 저버릴 정도였는데 지금은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 관리로 CML도 관리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12년은 만성골수성백혈병에 ‘완치’의 개념이 등장하는 CML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시작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국내 치료환경과 저렴한 신약 가격을 고려한다면 CML 완치를 위해 처음부터 신약을 처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현재 건강보험에서 글리벡만 보험약가를 인정하는 상황도 개선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CML환자에게 신약 처방이 좋은 경우라도 정책적으로 규정된 가이드라인이 없어 처방을 못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일부 신약이 글리벡보다 저렴한 상황에서 2세대 치료제로 처방이 전부 바뀌어야 하고 건강보험 혜택도 넓어져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처음 김 교수님을 만났을 때의 느낌이 지금 말씀하시는 것과 비슷했어요. 이 상태라면 10년 안에 죽을 확률이 60%라고 하셨는데 나에게는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됐습니다. 그냥 희망적인 얘기만 해주시는 게 아니라 정확한 사실을 짚어서 치료방법을 말씀해주시니 오히려 환자 입장에서는 더 편했습니다.” 치료와 관리로 희망을 갖게 된 박씨는 “CML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보다 여유 있게 생각하고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항상 의료진들을 믿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이 치료의 첫 걸음”이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CML은 환자의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치료 효과가 없을 경우 약을 빨리 바꿔야 한다”며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죽기 전에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평상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고 그만큼 환자 교육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병기 쿠키건강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