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순례자] (39) 어두운 골짜기

입력 2012-06-11 18:07


어두운 골짜기

음험한 입속으로

걸어 들어가네.

주님 함께 가는 길

당연히 평탄할 줄

알았지.

밝고 행복한

무지갯빛 길만

펼쳐질 줄 알았지.

철없는 아이 같은 꿈

얼마 못 가 깨어졌지

오히려 자주자주

어둡고 험한

골짜기를

걸어야 했지.

그때마다

철없는 아이처럼

불평했지

투정했지

원망했지

이게 뭐냐고.

주님 일깨워 주셨지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마 7:14).

어두운 골짜기

음험한 입속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네

겁날 것도 없네.

오히려

더 강해질 뿐

더 담대해질 뿐

더 철이 들 뿐

더 다듬어질 뿐

나를 나 되게 할 뿐

그리하여

주님 형상 닮아갈 뿐.

골짜기 사이로

실 같이 흐르는 물은

더 맑고 깨끗하네.

그림·글=홍혁기 목사 (천안 낮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