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종로 (7) 목사님 기도로 골수염 완치 “아, 이게 주님의 힘?”
입력 2012-06-11 18:10
아내가 교회에 나가고 2년쯤 지났을 무렵 나는 아내를 따라 신림제일교회를 나가 등록했다. 내 마음을 바꾼 게 아니라 아내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서였다. 전도를 한답시고 뛰어다니는 아내를 보면서 제 남편 하나도 전도하지 못한 여자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해주려는 일종의 배려였다. 거기다 나 나름의 계산도 깔려 있었다. 교회만 나가면 무엇이든지 접어주겠다는 아내의 말을 받아들이면서 가끔 생기는 찜찜한 일들을 좋게 넘기자는 얄팍한 속셈이었다.
그래서 나의 교회 발걸음은 선수끼리의 게임인지 몰랐다. 아내는 예수 쪽 선수로서 모든 걸 하나님께 맡긴 채 태연하고, 나는 세상 쪽 선수로서 말썽 없이 세상 재미를 즐기는 게임 말이다. 실제로 나는 교회에 등록은 했어도 내 생활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내가 교회에 나가고 얼마나 지났을까,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내가 집사가 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우습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시켜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교회에서 일방적으로 한 일이니 가만있을 수밖에…. 내가 교회에 나가면서 또 하나 변화가 있었다. 아내의 기도였다. 아내는 눈만 뜨면 하나님께 나의 고질병인 골수염을 고쳐달라고 기도하는 것이었다. 마치 시위라도 하듯이 “우리 애들 아버지 병 고쳐주옵소서” 하는 기도를 입에 달고 있었다. 그냥 그러는 게 아니라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런데도 내 마음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러는 아내가 답답하고 한심해 보였다.
‘제기랄, 날마다 똑 같은 기도를 들으니 사람도 따분한데 하나님은 얼마나 지긋지긋하실까. 하나님도 좋은 소리를 들어야 기분이 좋을 텐데, 항상 징징 짜는 소리만 해대니….’
한데 이게 웬일인가. 아내의 기도를 기다렸다는 듯이 내 다리에 이상이 일어났다. 골수염이 갑자기 악화되는 것이었다. 아내의 기도 응답이라면 호전이 돼야 하는데,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다리가 갑자기 퉁퉁 부어오르면서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덜컥 겁이 났다. 또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하나 싶으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열 번 넘게 수술을 받아도 낫지 않는 골수염 때문에 더 이상 병원에 가지 싫었다. 하지만 밀려드는 통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20년째 앓아온 골수염이니 어느 정도 참는 데 이력이 생길 만도 하건만 통증이 한 번 극성을 부리면 참기 어려웠다.
병원으로 갔다. 역시 수술 외에는 다른 치료법이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어쩔 수 없이 또 다시 수술대에 올라야만 했다. 수술을 받는 당일 아내가 목사님의 기도를 받자고 했다.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식으로 나는 아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연재를 시작할 때 밝혔던 대로 장홍수 목사님의 기도를 받게 됐다. 그리고 골수염이 완치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아내는 이를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굳게 믿었다. 예리한 칼처럼 영혼도 쑤시고 관절과 골수까지 찔러서 쪼갤 수 있다는 바로 그 어떤 것이 내 다리의 골수 속도 찔렀다고 믿었다. 처음엔 긴가민가하던 나도 조금씩 아내의 믿음에 동조돼갔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하던 아내의 기도가 진짜 하나님을 감동시켜 나 같은 못된 사람도 봐주신 것으로 이해돼갔다. 하나님의 기적이 아니고는 도저히 달리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 이제 제대로 살자. 하나님께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아니 아내를 봐서라도 이제 사람 같이 살자. 교회생활 충실히 하면서 끊을 건 끊고, 버릴 건 버리자.’
하지만 약발은 딱 6개월이었다. 이를 악물고 술과 도박을 끊었으나 6개월이 지나면서 나는 또다시 예전의 나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아, 하나님, 나 같은 놈은 영원히 구제불능인가요….’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