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에게 농구는, 정체성 형성에 핵심 역할”… 출간 예정인 전기서 밝혀
입력 2012-06-10 19:5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유별난 농구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백악관 체육관에서 정기적으로 보좌관들과 농구 경기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2009년 워싱턴DC 연고팀인 워싱턴 위자드와 고향인 시카고 불스의 시합이 워싱턴DC에서 열렸을 때엔 경기장까지 나가 시카고 불스를 응원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1일 미국 대학농구(NCAA) 개막전이 항공모함 칼빈슨호 갑판에서 열린 것도 오바마의 농구열 때문에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한 뒤 노스캐롤라이나대학과 미시간주립대 간의 이 ‘캐리어(항공모함) 클래식’을 참관했다.
하지만 ‘오바마가 농구를 정말 좋아한다’고 하는 것은 이 스포츠가 그의 인생에서 맡아 온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전기작가 데이비스 마라니스는 말한다.
워싱턴포스트가 9일(현지시간) 마라니스가 출간 예정인 오바마 전기 ‘버락 오바마:스토리’ 중 농구에 관한 부분을 축약 보도한 데 따르면 농구는 오바마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
하와이에서 보낸 십대 시절 오바마의 꿈은 미국 프로농구 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1970년대를 풍미한 공격수 네이트 아키발드의 묘기를 연습했고, 그의 방에는 전설적인 농구 스타 줄리어스 어빙(일명 닥터 J)이 솟구쳐 오르며 골대에 공을 집어넣는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오바마는 TV에 나온 프로농구 스타처럼 걸었고 수업 시작 전 30분간 농구 경기를 했으며 학교 대표로 하와이주 챔피언까지 올랐다. 변호사가 장래 희망이던 한 친구에게 “내가 언젠가 프로 선수가 돼 팀을 상대로 연봉을 올려달라고 소송을 걸면 널 부를게”라고 써주기도 했다.
농구는 그에게 위안을 주는 것이자 자기표현의 방식이었으며 그의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연결점이었다. 캔자스주에 정착한 백인 외조부모와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그에게 농구는 낯설었던 흑인 문화와 ‘흑인 됨’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준 관문이었다는 것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