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릉 병마용에 방화 흔적 발견… 中 고고학계 “범인은 항우”

입력 2012-06-10 19:51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 있는 진시황릉 병마용(兵馬俑)에 대한 중국 고고학계의 최근 발굴 결과 이곳에 대규모 방화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고학계는 방화의 주인공으로 서초패왕(西楚覇王) 항우(項羽)를 꼽고 있다.

진시황릉박물관은 9일 진시황릉 병마용 1호갱(坑) 3차 발굴과 백희용갱(百戱俑坑·궁전 무희와 광대의 모습을 본떠 만든 도용이 있는 갱) 2차 발굴 결과를 발표했다고 신경보(新京報)가 10일 보도했다.

이 가운데 병마용 1호갱에서 발굴된 병용(兵俑) 중에는 황토에 덮여 있으면서도 표면에 검정색 물질이 달라붙어 있는 것이 있었다. 이와 함께 병마용 벽면과 과거에 발굴된 병용에서도 불에 탄 흔적이 다수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발굴단장인 고고학자 선마오성(申茂盛)은 “병용 표면의 검정색 물질은 목탄”이라며 “이는 화재가 난 뒤 발생한 물질”이라고 밝혔다. 또 불에 탄 병용들의 표면 색깔이 서로 다르게 나타난 것에 대해서는 “병용이 불에 타기 전 사람들에 의해 파괴된 데다 병용의 위치에 따라 불에 탄 정도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고고학계가 항우를 ‘병마용 방화범’으로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항우가 홍문연(鴻門宴·항우가 서로 천하 쟁패를 다투던 유방을 죽이기 위해 마련했던 연회)을 열었던 장소가 이곳에서 5㎞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항우가 진시황에 대해 원한과 증오를 품고 있었다는 점을 꼽는다.

선마오성은 “이러한 주장은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며 “현재로서는 이러한 학설이 고고학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일부 병마용들이 인위적으로 파괴된 흔적이 발견된 것과 관련, 고고학계는 아직까지 누가 이러한 행위를 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불리는 진시황릉 병마용 1호갱은 2009년 6월부터 3차 발굴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200㎡에 대한 발굴 작업을 끝냈다. 백희용갱에서는 과거 상반신에 옷을 걸치지 않은 도용 11개가 발견됐으나 이번에 옷을 모두 입은 도용 2개를 발견해 주목을 끌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