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배병우] 미국 공공부문 노조도 벼랑에
입력 2012-06-10 19:50
미국에서 기업 노조의 쇠락은 오래된 이야기다. 미 경제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민간기업 노조 조직률은 1980년 20%에서 지난해에는 6.9%로 떨어졌다.
이는 미국의 대표적 공업지대였던 디트로이트, 필라델피아, 피츠버그, 볼티모어 등 중서부와 북동부 지역의 제조업 쇠퇴와 관련이 깊다. 최근에 외국 자동차업체들이 임금이 싸고 보수성향이 강해 노조가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남부지역으로 대거 진출한 것도 이러한 흐름을 부추기고 있다. 중서부 등에 자리 잡은 기업들도 노조가 과도한 요구를 한다고 생각되면 남부로 회사를 이전하겠다는 위협을 지렛대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부문 노조는 상대적으로 강력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노조는 공공부문 노동력의 40% 이상, 840만 노동자를 대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주 위스콘신주의 스콧 워커 주지사가 주민 소환선거에서 승리하면서 공공노조의 시대도 저물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2010년 당선된 워커는 공무원들의 과도한 연금 혜택을 바로잡지 않으면 만성적인 주 재정 적자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를 위해서는 단체교섭권 박탈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조 강제 가입을 막기 위해 지금까지 의무제이던 노조 회비 납부를 자율로 바꿨고 공무원들로 하여금 의료보험료의 12.6%와 봉급의 5.8%를 연기금용으로 부담시켰다.
이에 분노한 미 전국공무원노조가 워커 축출을 위한 총력전을 펼쳤지만 위스콘신주 유권자들은 7% 포인트 차이로 워커의 손을 들어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에 근무하는 한 지인은 “위스콘신 주민들이 ‘반노조’ 성향이어서 라기보다는 주 재정이 바닥난 상황에서 이제 더 이상 주정부나 지방 공무원의 높은 연금과 건강보험 혜택을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스콘신주는 1984년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가 모두 이긴 미국 진보의 아성으로 불리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공무원연금제의 경우도 2009년 대폭 법을 손질했으나 여전히 국민연금보다 수급액 등 그 조건이 훨씬 좋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리고 2001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8조원이 국고에서 공무원 연금 재정을 위해 지원됐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사례를 남의 일로 보지 말아야 할 이유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